"나이 들었다고 일을 안 시켜줘. 이제 일흔다섯밖에 안됐는데..."
홍창선 할아버지는 충남 아산 온양온천역 광장의 붙박이다. 새벽 5시반이면 어김없이 광장으로 나와 근처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아침을 사먹고, 광장 한쪽에 있는 자신의 '지정석'으로 간다.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하고, 낯익은 이와 인사도 나누고, 햇볕도 쬐고, 기분 좋을 만큼 술도 한잔 하면서 종일 그렇게 앉아 있다. 바람 매서운 겨울날을 제외하면 할아버지의 하루는 매일 그렇게 지나간다. 할아버지가 광장에 나오기 시작한 때는 10여년 전. 집 짓는 목수로 일하다 사고로 손가락을 다친 뒤였다.
"월남 갔다가 스물여섯에 돌아왔어. 벼와 과일 농사를 짓다가 돈이 안되서 그만두고 목수일을 시작했지. 동두천이고 의정부고 천안이고 집 지으러 안 다닌 데가 없어. 나는 겁이 없어. 3층이든 4층이든 거뜬하게 올라가서 일했지."
"지금도 톱이며 망치·펜치 같은 집 짓는 연장을 다 가지고 있어. 톱질·망치질 다 할 수 있는데, 일하고 싶어도 나이 들었다고 안 시켜줘. 고목은 써주질 않아."
- 농민신문 할매 할배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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