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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감상평 리뷰2(줄거리 결말 스포 있음)

조앤디디온 2020. 5. 29. 13:41

 

 

 

이제 에덴고시원으로 들어가보자.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에덴고시원은 세상과 분리된 악의 소굴이다. 재개발 대상 지역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 고시원 주인 엄복순(이정은, 그녀의 신들린 연기는 계속된다!)은 종우가 처음 왔을 때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착하다고, 착한 사람들만 남았다고 말한다. 그 말은 진심이다. 에덴고시원의 서식자들은 살육의 기쁨과 만족감을 공유하는 공동체로서 고시원의 주인 엄복순을 중심으로 협동한다. 엄복순의 관점에서 그들은 '착한' 존재들이다.

 

 

이 세계 어딘가에는 반드시 악이 존재하고 그 악은 대상을 차별하지 않는다. 우리는 직접 또는 뉴스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악'의 실존과 그로 인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드라마는 중간중간 PC방 살인사건 등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TV뉴스 보도 등을 통하여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렇다. 에덴고시원의 살육자들은 그들의 살육 대상을 선택함에 있어 대상을 차별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만이 있다. 그들의 영역 에덴고시원 안으로 들어온 이상 그가 고시원 밖 세상에서 어떤 존재로서 어떻게 살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서식자들은 고시원 밖에서 먹잇감을 찾지 않는다. 굳이 그런 수고를 감내할 필요가 없다. 고시원 밖 세상에서 갈 곳 없이 밀려난 이들은 하나둘 에덴고시원을 찾아오고, 그들은 사회로부터 고립된 존재로서 손쉬운 먹잇감이다. 에덴고시원의 서식자들은 서문조를 제외하고는 그저 동물적 욕구를 분출하거나 유희를 위하여 살인을 할 뿐 그들의 행위에 의미 따위는 없다. 그들의 살육은 악의 실존이라는 측면 외에 어떤 다른 사회적 함의를 갖지 않는다. 철저히 몰가치적이다.

 

 

그들 서식자들에게 에덴고시원은 천국, '에덴'이다. 반면 그들에 의한 희생자들의 입장에서 에덴고시원은 '지옥'이다. 에덴고시원의 1층에는 작은 교회가 입주하여 있는데 고시원 건물 위로 솟은 십자가 아래에서 살육자들의 포식잔치가 벌어진다.  교회건물과 결합된 고시원 건물의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있다. 마치 신이 있다면 어찌하여 악을 내버려두는가, 어찌하여 고통당하는 인간을 외면하는가 하는 신학적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서울로 상경하여 에덴고시원까지 이른 종우는 그곳에 머물기로 하고 포식자들의 먹음직스러운 표적이 된다.

에덴고시원의 안주인 엄복순, 종우의 옆방 302호의 남자 유기혁(이현욱), 306호와 307호의 쌍둥이 형제 변득종, 변득수(박종환, 1인 2역을 완벽하게! 해낸다.), 313호 홍남복(이중옥) 그리고 치과의사 서문조(이동욱!!)는 그들 각자의 입맛에 따라 포획의 대상이 된 종우를 탐한다. 고시원 건물 4층은 화재로 폐허가 되어 있는데, 그들은 포획물을 그곳에 가두어두고 희롱하면서 사냥의 유희를 즐긴다.

 

 

 

엄복순은 에덴고시원의 주인이지만 그 전의 이력을 볼 때 예사롭지 않다. 전 남편들(?) 사망 후 거액의 보험금을 탔고 그 보험금으로 지금의 에덴고시원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전 남편들의 사망 사유는 드러나지 않으나 아무래도 자연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녀는 샘터보육원을 차리고 원장을 하면서 서문조와 쌍둥이들을 키웠는데, 서문조와 쌍둥이들을 대할 때 종종 양육자로서의 권위를 내세운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일상의 양육관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인간적인 정서는 느낄 수 없다. 서로의 필요에 의하여 공존할 뿐이다.

엄복순은 지금도 이웃에 독거노인들을 방문하여 돌봐주는 듯 봉사를 가장하는데, 음료에 약을 타서 노인을 재운 후 보험관계 서류를 뒤적여 무언가를 꾸민다. 종교단체(대순진리회로 추정된다.)에서 자신을 구박했던 언니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자 포교에 응하는 척하여 에덴고시원으로 유인하고, 실체를 드러낸 후 처절하게 보복한다. 복수조차도 그녀에게는 살육의 희열을 더욱 짜릿하게 만드는 양념일 뿐이다.

에덴고시원의 냉장고에는 그들 포식자들의 희생자로부터 채취한 '육회'가 마련되어 있다. 엄복순은 조미료를 최대한 섞어 신입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 서식자들과 함께 새로 들어온 '신입'들에게 이를 먹게 하면서 희롱한다. 또한 엄복순은 박카스 등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서 먹잇감들을 포획하는데 사용한다.

 

 

 

306호 변득종, 307호 변득수 쌍둥이 형제들은 분리되어 있으나 하나이다. 소정화 순경이 수사과정에서 그들의 작은아버지를 방문하게 되는데, 쌍둥이들의 작은아버지는 화상당한 일그러진 모습이다. 그의 말에 의할 때 쌍둥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악의 실체였고 어린 쌍둥이들은 집에 불을 질러 가족들을 살인하려 하였다. 작은아버지 집에 보관 중이던 쌍둥이들의 물건들 중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되고, 비디오테이프에는 어린 시절 쌍둥이들이 아무런 의식 없이 어린 동물들을 잡아 죽이는 내용이 녹화되어 있다. 그들의 곁에는 보육원 원장 엄복순이 있다.

306호 변득종. 쌍둥이 동생. 특이한 웃음과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그의 행동은 기이하다. 그의 존재 자체로 에덴고시원은 지옥의 음산함을 가득 채운다. 동네에서는 그냥 바보처럼 취급되지만 에덴고시원 안에서는 그 역시 포식자 중 한 명이다. 고양이 연쇄 학살사건의 용의자로 지구대에 불려가지만 바보스러운 행동으로 의심받지 않고 풀려난다. 그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사람은 소정화 순경 뿐이었다.

307호 변득수. 쌍둥이 형. 엄복순을 도와 고시원의 허드렛일을 하는데, 사냥잔치가 끝난 후 사후처리는 온전히 쌍둥이들의 몫이다. 희생자들의 시신을 은닉하고 폐기하는 일을 도맡아하는데 종우가 온 후 서문조가 종우를 특별하게 취급하면서 종우에 대한 처리를 두고 서문조와 갈등하다가 결국 서문조에 의하여 최후를 맡는다.

 

313호 홍남복은 변태성욕자이자 섹스 중독자이다. 그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보호관찰소에 의한 감독을 받는데 아마도 성범죄자로서 전력이 있음이 분명하다. 하루 종일 고시원 방 안에서 야동을 탐닉하고 야간에는 몰래 밖으로 나가 여성들의 신체를 탐한다. 길 가던 여성들의 옷을 몰래 오염시켜 화장실에서 여성들의 속옷을 훔쳐 성욕을 해소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에덴고시원의 희생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면서 그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즐긴다.

종우는 에덴고시원에서 지내면서 그의 변태스러움을 견딜 수 없어 그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엄복동은 종우가 지나갈 때면 항상 칼을 들고 종우를 죽이려 들지만 그들 서열상 상급자(유기혁, 서문조)의 허락이 없어 실행하지 못한다.

 

302호 유기혁은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관한 정보가 없다. 평범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각종의 연장(?)을 들고 다니고 힘이 엄청나게 세다는 외에는. 서문조가 등장하기 전 포식자들 중 서열이 가장 높은 인물로서 고시원 포식자들을 규율한다. 입주자 310호 안희중을 포획하여 도살하는 과정에서, 안희중의 구조요청을 받은 차형사가 에덴고시원을 찾게 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하여 유기혁은 차형사를 제거하는데, 차형사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유기혁 역시 크게 다친다. 에덴고시원 앞 어두운 주차장. 차형사의 차 안에서 유기혁과 차형사가 서로 격투하는데, 때 마침 치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서문조가 이를 목격한다. 유유히 조용히 걸어 차량으로 다가온 서문조. 들고 있던 케익 상자가 떨어지고 상자 가득했던 마취주사기가 바닥에 떨어진다. 서문조는 차형사에게 마취액을 주사하여 힘이 빠진 차형사를 죽이고, 다음으로 뒷좌석 유기혁에게로 다가가 그의 목을 조른다. 서문조는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실행에 이른 유기혁을 책망하며 그를 단죄하면서 읊조린다. "수고했어. 자기야.."

 

 

 

 

종우가 오기 전 에덴고시원에 머물던 파키스탄 외국인 노동자가 실종된다. 엄복순은 종우에게 종우의 방에 살던 사람이 자살해서 방값이 싼 것이라고 했는데, 지구대 소정화 순경이 실종된 파키스탄 노동자에 대하여 묻자 자신이 실종신고를 하였다고 말하여 서로 다른 말을 한다. 종우가 에덴고시원에 입성하던 그 무렵 파키스탄 노동자는 서식자들에게 포획되어 4층에서 도륙당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의 아내는 그를 애타게 찾으며 소정화 순경에게 도움을 청한다.

 

310호 안희중은 수배자로서 에덴고시원에 은닉 중이다. 그가 세상에서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 수 없지만 종우가 에덴고시원에 들어왔을 때 적어도 에덴고시원에서는 유일하게 상식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종우에게 자신의 방에 누군가 침입하고 자신을 은밀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하면서 고시원사람들 누구도 믿지 말라고 충고한다. 안희중은 스스로를 지키고자 했지만 결국 에덴고시원의 포식자들에게 포획된다. 종우는 그가 떠났다는 엄복순의 말을 믿고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안희중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차형사에게 구조요청을 보내지만 엄복순과 그 일당들은 차형사를 속여 돌려보낸다(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차형사는 유기혁과 서문조에 의하여 살해당한다). 엄복순은 안희중을 독점하고 싶어 지하실에 만들어 둔 감옥에 두고 별도로 관리하면서 그를 지속적으로 희롱한다. 마치 먹잇감을 죽이기 전 충분히 가지고 놀듯이. 드라마 후반 홍남복이 엄복순 몰래 지하실에서 안희중에 대하여 가학하는데 이에 저항하는 안희중의 신체를 더 훼손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엄복순이 자신의 먹잇감에 흠집을 냈다며 흥분하여 결국 홍남복과 대립한다.

안희중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끝까지 저항하면서 에덴고시원 포식자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석윤은 드라마 후반 에덴고시원에 입성한다. 래퍼를 꿈 꾸며 상경한 청년으로 종우와 마찬가지로 에덴고시원 외에는 갈 곳이 없다. 종우는 고시원 밖 사람으로서 천진하고 낙천적인 석윤과 금새 마음을 터놓고 의지한다. 종우는 석윤에게 에덴고시원 서식자들을 경계하라고 충고하면서도 자신이 고시원에 없을 때 그들의 행동을 감시하도록 하는데, 그로 인하여 석윤은 위험에 처한다. 서문조는 석윤을 포획하여 종우를 유인하는데 활용한다.

 

드라마 후반 에덴고시원으로부터 탈출하여 서울을 떠나려는 종우 앞에 그의 군대 후배가 나타난다. 그는 군 복무 시절 힘들었던 자신을 누구보다 위로해준 종우에 대한 고마움을 토로한다. 종우는 서문조에 의하여 살해된 선배이자 회사 대표였던 신재호의 장례식에 다녀오는 길이었고 에덴고시원에 대한 공포로 질려 있었다. 군대 후배는 종우를 이상하게 여기며 지은을 구하러 에덴고시원으로 향하는 종우와 기꺼이 동행하지만 결국 종우 대신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고 에덴고시원의 포식자들에게 무참히 살해된다.

 

 

- 감상평 리뷰 3.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