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말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조앤디디온 2009. 7. 18. 11:13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두번째 부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75)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자기 재산의 85%를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26일 발표했다. 370억달러(우리돈 35조15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고향인 내브래스카주의 오마하에 살면서 수십년 동안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워런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워런 버핏은 왜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 또는 Sage of Omaha)’으로 불릴까? 주식투자만으로 세계 2위의 갑부에 오른 성공적 투자기술 때문일까? 그 4가지 이유를 살펴본다.

 

1.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현명함’은 그의 직업적 성취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성공적인 투자회사 운영자로서, 워런 버핏은 ‘가치 투자의 귀재’로 일컬어진다. 가치 투자란 단기적 시세차익을 무시하고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률에 주목해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서 수십년간 보유하는 투자방식이다.

    워런 버핏의 ‘가치 투자’는 이른바 굴뚝산업의 대표기업들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질레트, 워싱턴 포스트 등의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며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수익을 내고 있다.

     워런 버핏은 1990년대 후반 벤처붐이 일면서 기술주의 주가가 치솟을 때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투자를 거부하고, 여전히 철도 등 굴뚝산업에만 투자를 고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은 아래와 같다.

   “돈을 벌기 위한 첫째 원칙은 절대 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이 첫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은 연평균 20% 투자 수익률을 목표로 투자를 했는데 45년에 걸쳐 연평균 약 30%에 가까운 기록적인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5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해는 한번도 없었지만, 워런 버핏은 세계 두 번째의 부자가 됐다.

 

2. ‘부자’답지 않은, 소박한 세계 두번째 부자의 삶

    워런 버핏의 ‘현명함’은 그의 독특한 생활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세계 2위의 거부이지만, 버핏의 생활방식은 전형적인 부자의 라이프스타일과는 차이가 크다. 버핏은 운전사나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지 않으며, 2001년식 중고 링컨 타운카를 손수 몰고 다닌다. 버핏은 평소 12달러짜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20달러가 안되는 스테이크를 즐겨 먹으며, 1958년에 구입한 3만1000달러(약 2970만원)짜리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버핏은 자신의 검소한 태도만이 아니라, “많은 돈은 자식을 망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재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것과 관련해 버핏은 3명의 자녀들이 “내 자녀들은 미국의 99%의 아이들에 비해 이미 훨씬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면서 “그들은 내가 차지하는 위치를 물려받지 않을 것이며 나는 왕조적 부가 만들어져서는 안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버핏은 “내 자녀들은 이미 잘 살고 있으며 자신들을 행운아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내 자녀들은 유산상속에 대해) 아버지가 다른 견해를 가졌다면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3. 370억 달러의 재산 조건없는 ‘기부’

    워런 버핏의 ‘현인’으로서의 태도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자선재단에 기부하는 것에서 두드러졌다. 더욱이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 대신,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른 자선재단에 조건없이 기부하기로 했다.

     워런 버핏은 26일 재산의 85%에 해당하는 370억달러를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자선재단에 기부하기록 하고, 기부약정서에 서명했다. 버핏은 게이츠 재단과 다른 자선단체에 보낸 편지에서 이번 기부 약속이 “파기할 수 없는 약속”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빌 게이츠 부부의 이름을 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이미 291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미국내 최대 자선재단으로, 버핏의 기부금 300억달러가 더해지면 이 재단은 자산규모 600억달러에 이르는 초거대 재단으로 탈바꿈한다. 게이츠 재단은 주로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퇴치 등 저개발국의 질병을 퇴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포천〉은 “버핏과 빌 게이츠는 1991년부터 친한 친구 사이로, 빌 게이츠는 재산의 사회환원이란 영감을 버핏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재산의 95%를 사회에 환원하며 미국에 기부문화를 정착시킨 철강재벌 앤드루 카네기는 “죽은 뒤에도 부자인 것처럼 부끄러운 일은 없다”는 말을 남기며 스스로 기부를 실천한 바 있다.

 

4. 한때 부자였던 ‘현인’의 진짜 기여 “상속세 폐지 시도는 혐오스러운 일”

    워런 버핏의 ‘현인’으로서의 진짜 면모는, 자신의 재산을 내놓는 것을 넘어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상속세 폐지’ 시도에 대한 강한 질타에서 확인됐다. 상속세 폐지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부자들이 앞장서서 “상속세 폐지야말로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앞장서서 외치는 것은 부자들이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자신의 전재산을 내놓는 것 이상의 ‘사회적 기여’라고 볼 수 있다.

     버핏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상속세 폐지’ 시도에 대해 다시금 강한 비난을 퍼부었다. 버핏 회장은 26일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부 약정식과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폐지 시도를 혐오스런 행위라고 규정하며 미국의 상속세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버핏은 “상속세는 매우 공정한 세금이라면서 기회 균등의 이상을 유지하고 부유층에게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상속세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버핏은 유산보다 성과에 의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상속세를 철폐하려는 부시대통령의 시도에 대해 “이는 200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자녀들로 2020년 올림픽팀을 뽑는 것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법대로 세금 내고 상속하겠다”는 ‘선언’을 한 신세계와 삼성그룹을 향해서  “상속세 없애거나, 세율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사설과 칼럼으로 싣고 있다. 한국에서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국민의 0.7%에 해당하는, ‘혜택받은’ 사람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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