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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감상평 리뷰3(줄거리 결말 스포 있음)

조앤디디온 2020. 6. 1. 15:20

 

 

 

성공한 치과의사 서문조(이동욱, 최고의 캐스팅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치과에서 환자들을 치료할 때 그는 더없이 친절하다. 누구도 그가 에덴고시원 악의 소굴의 우두머리라고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어린아이에게는 그의 음산함이 숨겨지지 않는다.

그에게 살인은 예술행위이다. 치과의사이자 예술가로서 그는 희생자들의 치아를 모아 반지와 팔찌로 만들어 소장한다. 에덴고시원의 다른 서식자들은 살인이 동물적 본능에 의한 것이라면, 서문조에게 살인은 일종의 행위예술이다. 그는 케익상자 가득 마취제를 담아 퇴근하는데, 포획된 희생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만큼 그러니까 희생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싶은 정도에 따라 마취제를 사용한다.

 

그에게 악은 인간의 숨길 수 없는 본능이자 세계의 질서를 이루는 일부다. 그는 인간들 중 악(폭력)의 본능을 타고난 부류가 있고 그들은 결국 악의 계보를 이어 세상의 어느 영역을 담당한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그에게 악은 유의미적이다. 선에 대별하여 그 자체로 존재의 의의를 갖는다. 그 때문에 엄복순이나 다른 서식자들은 그에게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단순한 동물적 존재로서 몰가치적인 그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들의 우위에서 악의 존재 의의를 살리고 악을 계승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누군가를 찾는다. 처음 유기혁에게 이를 기대했으나 실망하여 유기혁을 처단하는데, 바로 그 순간 마치 운명처럼 종우가 나타났다.

 

그는 종우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악(폭력)의 본성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종우가 자신과 같은 부류임을 직감하고 종우의 내면 깊은 곳 진정한 자아를 불러낸다. 종우는 서문조를 피해 달아나려 하지만 그럴 수록 서문조의 집착은 강해진다. 종우 역시 어느 순간부터 서문조가 원하는 대로 점점 더 폭력적 존재가 된다.

서문조는 종우가 곤란에 처할 때마다 마치 보호자처럼 사태를 수습하고 정리하며 종우를 돌보는데, 종우를 위해(?) 기꺼이 어떤 일이든 감수한다. 심지어 다른 서식자들이 종우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제압하고 이에 저항하면 가차없이 처단한다. 종우를 비아냥거리며 종우의 폭력적 본능을 자극해오던 선배이자 대표인 신재호를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이를 목격하고 에덴고시원까지 뒤를 밟던 기자 역시 처참히 살육한다(306호 변득종 쌍둥이 동생은 서문조가 형을 처단하고 난 뒤 형을 위한 복수심으로 기자에게 서문조의 연쇄살인을 드러내는 usb 증거를 전달하지만 서문조는 이를 알고 미행하여 기자를 처함하게 죽임으로써, 변득종의 시도는 실패한다.).

 

서문조는 여자친구인 지은을 납치하여 종우를 유인하여 내면 깊은 곳 종우의 또 다른 자아와 조우한다.

드라마의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가면서 종우와 서문조 사이의 인격은 마치 하나와 같이 종우의 내면에 서문조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간다. 마치 종우가 쓰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인듯 서문조는 종우를 지배한다. 종우는 끝가지 저항하며 지은을 구하기 위하여 에덴고시원까지 가지만, 결국 에덴고시원에서 종우와 서문조는 서로 뒤엉켜 투쟁하다 일체가 된다. 서문조는 종우에 의하여 죽음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종우를 통하여 생명력을 이어간다며 기뻐한다. 서문조는 종우를 두고 자신의 최고의 작품이 될 거라고 말해왔고 드라마의 종국 그의 가스라이팅※은 성공한다.

(※ 가스라이팅 :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 '심리 지배'라고도 한다. 가스라이팅을 당한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가해자에게 점차 의존하게 된다. )

 

 

 

 

 

 

 

 

 

드라마의 마지막. 종우는 이제 처음 에덴고시원에 입성했던 예전의 종우가 아니다. 그는 에덴고시원의 사냥잔치가 있던 그 밤 그곳 서식자들을 하나하나 처단하였다. 엄복순, 쌍둥이 동생 변득종(형은 서문조에 저항하다 서문조에 의해 처단당했다.), 홍남복을, 그리고 마지막 서문조까지 차례차례 살육한 것은 종우였다. 드라마 속 다른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종우를 모른다. 이제 종우는 서문조이기도하다. 서문조에게 있어 악(폭력)의 본능은 본질적으로 동질의 것으로서 숙주와 무관하다. 그러니까 서문조이든 종우이든 인격적 분리는 있을지언정 악이 숙주로 삼은 이상 두 사람은 결국 하나인 것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결국 악의 실존에 대한 드라마이다. 이 세계에 악은 존재한다. 다만 악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이 다를 뿐이다. 악은 숙주를 옮겨가면서 그 숙주의 환경에서 파괴하고 가학할 수 있는 먹잇감을 찾아 악의 본능(악성)을 표출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질서의 한 축에 위치한다. 악은 과연 소멸할 수 있을까.

과연 서문조가 종우에게 의도하고 있는 사명(악의 전달, 계승)이 완수될 것인가, [타인은 지옥이다]는 종우가 처음 에덴고시원에 입성하는 그 순간부터 관객의 숨통을 거머쥐고 마지막 고시원의 사냥잔치가 있는 밤 클라이막스를 치달아 관객들을 내팽겨치며 말한다. 보아라. 결국 악이 이긴다. 악은 계승되고 소멸하지 않는다.

과연, 과연 그럴까.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유일하게 희망적인 존재인 소정화(배우 안은진의 건강함이 돗보인다.) 순경.

그녀는 드라마 전체에서 유일하게 '선(good)'의 영역에서 악에 맞서는 인물이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녀에 관한 소개글을 보면, 그녀는 '공대 출신 순경으로 죽은 기계들은 모두 그녀의 손만 거치면 되살아난다.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지구대 순경이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정의감이 남다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녀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고양이 연쇄 학살사건을 포착하고 그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사건의 실체를 직감한다. 차형사를 포함하여 사라진 사람들에 대하여 누구도 관심갖지 않을 때 홀로 그들의 행방을 탐색하고 결국 에덴고시원의 실체에 다가서는 유일한 인물이 된다. 형사로서 탁월했던 아버지의 조언을 구하며 연쇄 실종사건과 에덴고시원이 무관하지 않음을, 차형사 역시 에덴고시원과 관련하여 실종되었음을 알아낸다. 홀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냥잔치가 벌어지는 에덴고시원으로 잠입한다. 결국 위험에 처하여 에덴고시원의 서식자들이 서로를 죽이는 살육의 현장에 있게 된다. 마지막 종우의 팔에서 찰랑대는 이빨팔지를 통하여 종우(종우의 영혼을 잠식한 서문조)의 실체를 알게 되는 유일한 목격자가 된다. 묶인 채 고시원 지하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변태성욕자 홍남복이 찾아와 탐욕할 때 누군가 홍남복을 처참하게 처단하였는데, 당시 의식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일하게 분별한 것은 소리였다. 소정화 순경은 종우의 병실에서 종우의 팔에서 찰랑거리는 팔찌에 달린 이빨들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그때 그 소리임을 자각한다. 수사를 맡은 형사과 형사들은 에덴고시원의 서식자들이 그 이전의 희생자들과는 달리 상흔에 의할 때 아마추어에 의한 살인인 것 같다며 의아해했는데, 소정화 순경은 종우의 팔찌를 통하여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마지막 종우의 실체를 목격한 소정화 순경의 표정이 망연자실하다. 선은 악에 대하여 언제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그러나 사건을 추적하면서 소정화 순경은 악의 실재인 서문조에 대항하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녀의 무기는 그녀에 대한 소개글에서처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정의감', 그리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드라마에서 그녀는 종종 누군가 억울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이 있으면 안되지 않느냐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억울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며 애태운다.

그녀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에덴고시원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어쩌면 악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런 건지도 모른다. 끊임 없이 누군가 억울하게 희생당하지 않는지 관심을 가지고 사람에 대한 믿음과 정의감으로 용감하게 그 실체에 접근하는 태도. 비록 악이 소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모양을 달리하며 계속된다 해도 그에 맞서 누군가가 끊임없이 그 실체에 접근하여 악을 드러낸다면 적어도 악의 사슬마다 선이 그에 맞서 싸운 흔적은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에덴고시원이 몰락한 것처럼 악의 몰락을 꿈 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마지막, 소정화 순경이 병원에 입원한 종우를 방문한다.

두 사람이 병원 정원 벤치에 앉아 있는데 종우가 묻는다.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

소정화 순경은 종우가 자기 자신에 대한 형사적 처리를 묻는 것으로 생각하고 답하는데, 종우의 질문은 그것이 아니었다. 종우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저 아이들이요.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

 

인간에게 악성이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하는 논란이 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한 명의 아이가 자라면서 어떤 일을 겪고 또 어떤 존재가 될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그러나 비록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들이 악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 이미 어른이 된 우리의 몫임에는 틀림없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끝까지 보는 것도, 이 글을 통해 드라마에 대한 소감을 정리하는 것도 참 힘들었다.

신앙인으로서 악의 문제를 고민한다는 것은 언제나 힘이 든다.

주기도문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더 간절히 기도한다.

 

사족으로, 종우 역을 맡은 임시완 때문인지 임시완 주연의 또 다른 드라마 [미생]의 공포 버전같다는 생각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