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 시 33

조앤 디디온 [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 ]

o 어째서 내가 그런 글을 적었을까? 당연히 기억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정확히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을까? 그중 어디까지가 실제로 일어난 부분일까? 실제로 일어난 일이 있기는 한가? 애초에 나는 왜 노트를 쓰는 걸까? 이런 모든 면에서 자기를 속이는 건 쉬운 일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은 특히 강박적이고, 이 같은 충동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설명할 길이 없으며, 쓸모라고는 강박이 스스로 정당화할 때 그렇듯 우연적이고 부차적인 것뿐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은 요람에서 싹트거나 아예 싹트지 않는다. 비록 나는 다섯 살 때부터 글쓰기의 강박을 느꼈지만 아무리 봐도 내 딸은 그럴 것 같지가 않다. 그 애는 만사를 긍정하는 특별한 축복을 받은 아이..

책과 글, 시 2022.06.02

건축가 승효상 [묵상]

[제1일] - 여행을 위하여 주머니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o 20.21 - 수도사들이 일상의 공간을 떠나 굳이 광야나 산속으로 들어가 밀폐된 공간을 찾는 까닭을 살피고 그들의 영성으로 충만한 공간을 탐문하는 일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을 반추하여 성찰하는 일과 다름이 없었다. o 22,23 - 우리가 현실에 살면서 얻는 정보나 지식으로 나도 모르게 어떤 사물이나 장소에 대해 환상을 쌓게 되는데, 그 환상은 부서지기 쉬운 달걀 껍데기 같아 힘이 없다. 심지어 우리의 삶을 허위로 내몰 위험도 있다. 믿건대, 힘은 진실로부터 나오며 진실은 늘 현장에 있어, 현장에 가는 일인 여행은 그 장소가 가진 진실을 목도하게 하여 결국 우리에게 현실로 돌아가 일상을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한다. ..

책과 글, 시 2020.01.06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2부 영혼과 육체 [ 11 ~ 20 ]

[ 11 ] o 84 - 집을 뛰쳐나와 운명을 바꿀 용기를 테레자에게 주었던 것은 마지막 순간 그가 그녀에게 내밀었던 이 명함보다는 우연(책, 베토벤, 6이라는 숫자, 광장의 노란 벤치)의 부름이었다. 그녀의 사랑에 발동을 걸고, 끝나는 날까지 그녀에게 힘을 준 에너지의 원천은 아마도 이런 몇몇..

책과 글, 시 2019.06.18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2부 영혼과 육체 [ 6 ~ 10 ]

[ 6 ] o 73 - 물론 테레자는 어머니가 남자 중 가장 남성적인 남자에게 조심하라고 속삭였던 밤의 일화를 몰랐다. 그녀가 느끼는 죄의식은 원죄와 마찬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속죄하기 위해 모든 일을 했다. ... 그녀는 신분상승을 원했지만 이 조그만 마을에서 어디로 상승..

책과 글, 시 2019.06.09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1부 가벼움과 무거움 [ 17 ]

[ 17 ] → 토마시와 테레자의 만남, 사랑 그리고 우연 o 57 - 잠든 테레자 곁에서 뒤척이다가 몇 년 전 그녀가 무심코 던진 말이 떠올랐다. ... "당신을 만나지 않았으면 나는 틀림없이 그를 사랑했을 거야." ... 테레자가 그의 친구 Z가 아닌 자기와 사랑에 빠진 것은 철저히 우연이라는 사실을 ..

책과 글, 시 2019.06.04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1부 가벼움과 무거움 [ 11 ~ 16 ]

[ 11 ] o 42 - ... 1968년 8월, 국제 학술대회에서 만났던 취리히 병원 원장이 매일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토마시를 염려하며 취리히의 의사 자리를 제안했다. [ 12 ] o 43 - 토마시가 스위스 의사의 제안을 망설임 없이 거절했던 것은 테레자 때문이었다. 그녀가 떠나고 싶지 않을 거라고 짐작..

책과 글, 시 201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