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teur literature 38

에세이 12. 요령 있게 살아가기에는

빈센트 반 고흐 정신 발작이 시작되고 1889. 5. 프로방스 생레미에 있는 생폴 드 무솔 요양원으로 이동하여 닥터 레이의 치료를 받는다. 그곳에서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글에서 고흐는 자신에 관하여 이렇게 털어 놓았다. “아무래도 요령 있게 살아가기에는 내가 너무 현실적이지 못한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엄밀하게 나의 경우 세상을 요령 있게 살아가기에는 현실적이지 않다기보다 너무 유약하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나에 대하여 약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오히려 강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내 마음은 엄청난 동요를 겪는다. 말 그대로 세상을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수면 위 백조의 모습은 평화롭지만 실제 수면 아래 백조의 다리는 엄청난 발버둥을 하고 있듯이 나의..

amateur literature 2022.05.18

에세이 11. 여인1 liar

그녀는 교회를 다닌다. 그녀는 지방 국립대학의 겸임교수이다. 그녀는 자신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혼을 했었다. 그녀는 여러 명의 남자들을 만났다가 헤어졌다. 그녀는 2명의 자녀(아들과 딸)가 있다. 그녀는 여동생에게 열등감이 있는데, 그 열등감이 어머니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하여 새로 출발했다.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들과 단절했다. 새로 출발한 곳에서 그녀는 나이를 속였다. 그녀가 현재 독신인 이유를 속였다. 그녀가 여러 명의 남자들을 만나고 헤어진 이유를 속였다. 그녀는 자녀들을 위해 희생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하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그녀가 과거와 단절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새로 출발한 후 그녀는 결혼업체를 통하여 여러 남자들을 만났다. 그..

amateur literature 2022.05.17

에세이 10. 서른다섯 살의 고흐

고흐는 프랑스 아를에 머물며 친구 베르나르에게 쓴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른다섯 살이 되어서가 아니라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 이곳에 올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그 당시 나는 회색이나 색이 없는 것에 빠져 있었네. 늘 밀레를 꿈꾸었고 모베나 이스라엘스 같은 네덜란드 화가들과 사귀곤 했지.” 고흐는 보다 이른 시기에 아를에 오지 못함을 아쉬워한 것으로 보인다. 고흐가 아를에서 그린 작품들은 그가 네덜란드에 머물렀던 초기 작품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아를의 풍경들이 고흐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의 작품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폭발하는 듯한 색채들의 향연이 아를에서의 작품들을 관통한다. 그런데, 나는 초기 고흐의 작품들 역시 좋다. 밀레를 추앙하던 스물다섯 젊은 시절의 고흐 작품들..

amateur literature 2022.05.11

에세이 9. 사촌 동생으로부터 나

어린 시절 어른들은 사촌 동생과 나를 비교했다. 사촌 동생은 예뻤고 나는 그나마 공부를 잘했다. 나의 어린 시절 어른들은 여성의 운명이 어떤 남성의 선택을 받는가에 좌우된다고 믿었다. 당시 여성은 선택의 주체가 아니었다. 나의 성장기에 내가 속한 시대는 근대화, 산업화를 막 지나서 자본주의 가속 페달(pedal)을 밟고 가차 없이 달리고 있었다. 과학기술과 산업문명이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었지만 아직, 여전히 성리학의 틀이 만든 유교 사상이 역사적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시대에도 그 이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직 소수의 여성만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렸다. 선택의 대상으로서 예쁜 여성은 경쟁 우위에 있었다.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지나 청년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사촌 동생과..

amateur literature 2022.05.11

에세이 8. 돈에 대한 집착

나는 돈이 좋다. 내 몸 속 어딘가에 돈을 쫓는, 갈망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돈을 쓰는 것도 돈 그 자체도 좋다. 그런데 나는 기독교인이다. 예수님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셨다. 신께서는 왜 나에게 ‘돈;money’ 유전자(DNA)를 주신 것일까. 나는 예수님을 닮고 싶은데 그놈의 유전자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물려받거나 물려받을 유산이 없는 나로서는 열심히 내 몸과 시간을 사용하여 돈을 벌 수밖에 없다. 돈이 돈을 벌어주지 않는 한 열심히 내 몸과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돈을 버는 고달픔에 매일 힘들다. 그래서 그만해야지 하는데 그럴수록 돈이 사라질까 두렵다. 당장 먹거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여유가 있다거나 만족하지 못한다. 예수님은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amateur literature 2022.05.11

에세이 6. 비정한 사람들도 눈물을 흘리겠지

비정한 사람들도 눈물을 흘릴까. 사이코패스가 아닌 한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비정함을 선택한 이들도 눈물을 흘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들도 다리에 힘이 풀리고 털썩 주저앉거나 벽에 기대어 터지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아주 잠시 무정함의 가면이 벗겨지고 인간의 얼굴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너무 약해 빠져서 수시로 무너지고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눈물을 찔찔 짜는 나 같은 바보가 그들(비정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도 있겠지. 그렇다. 약함이 약함이 아닌 강함이 강함이 아닌 삶은 그렇게 살아내는 것이다.

amateur literature 2022.05.11

에세이 4. 센스 없는 직장 동료에 대하여

업무에서는 센스(sense)가 없음이 죄(罪, sin)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정말로 지치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센스 없음. 눈치 없음. ‘분노 유발의 죄’가 있다면 그들은 유죄(guilty)다. 챙겨야 할 일은 안 챙기고 챙기지 말아야 할 일은 챙기고 반복해서 질문 또 질문 누구 약을 올리나.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모르고 그러는 건지. 잘못을 지적하면 발끈하고. 분노 유발이다. 직장 생활은 도를 닦는 일이다. 나와 다른 타인들이 지옥이니 이곳에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려라. 그런데, 어쩌나. 그들도 사람이고, 가족이 있고 그들도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위로가 필요할 터인데... 위로까지는 모르겠고 화는 내지 말자. 다짐하지만, 오늘도 부글거린다.

amateur literature 2022.05.11

에세이 3. 이별 후에

정말로 소중했는데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이별을 하고 사진 속 추억으로만 간직되는 사람들이 있다. 미련이 남아 몇 번이고 붙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고 정해진 운명처럼 이별을 받아들였다.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어느 노래처럼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가끔, (헤어진) 그들이 그립다. 아니 그들 자체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한 그 시간 그 때가 소중한 것이다. 그들에게 내가 무엇으로,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가는 (이별한 이상)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결국,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는 과정이니까.

amateur literature 20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