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teur literature

에세이 9. 사촌 동생으로부터 나

조앤디디온 2022. 5. 11. 18:13

어린 시절 어른들은 사촌 동생과 나를 비교했다.

사촌 동생은 예뻤고

나는 그나마 공부를 잘했다.

 

나의 어린 시절

어른들은 여성의 운명이 어떤 남성의 선택을 받는가에 좌우된다고 믿었다.

당시 여성은 선택의 주체가 아니었다.

나의 성장기에 내가 속한 시대는

근대화, 산업화를 막 지나서

자본주의 가속 페달(pedal)을 밟고 가차 없이 달리고 있었다.

과학기술과 산업문명이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었지만

아직, 여전히

성리학의 틀이 만든 유교 사상이

역사적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시대에도 그 이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직 소수의 여성만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렸다.

선택의 대상으로서 예쁜 여성은 경쟁 우위에 있었다.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지나 청년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사촌 동생과 나에 대한 어른들의 그 비교는 강한 힘으로 나의 의식을 지배했다.

나는 선택을 받을 만한 예쁜이가 아니었기에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자립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존에 대한 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의식과는 별개로

학교에서, 나는 사촌 동생과 같이 예쁜 아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고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이후에도 사촌 동생과 같이 예쁜 여성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쁘다는 기준이 각자 다르다고 하여도

세상은 어떤 면에서 예쁜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였으나

한동안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나는 예쁘지 않다는 자의식 때문에 힘들었다.

긴 시간 그 자의식을 소진하기 위하여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속한 시대도 바뀌었다.

여성들은 더 이상 맹목적인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로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더 이상 개인의 일방적인 희생을 미덕으로 추앙하지 않는다.

 

비록 늦었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중년에 이르러

나로서는 참으로 다행하게도

더 이상 세상의 예쁜이들을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돌아보면,

결국,

예쁜 사촌 동생과 나름 공부를 했던 나는

각자 주어진 몫으로 인생을 살았다.

 

어린 시절 그때의 어른들은 이제 지나간 시대 과거의 사람들이다.

물론 여전히 예쁜이들은 조금 나은 경쟁 우위에 있다.

그러나 시대는 더 이상 예쁜이들에게 무조건적인 특권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촌 동생과 나는 서로 다른 인생의 여정을 걸었고

각자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굴곡을 겪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렇게 각자 남은 인생을 살아 낼 것이다.

 

예쁘거나, 나름 공부를 하거나

인생의 굴곡은 모양을 달리할 뿐

결국은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