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는 프랑스 아를에 머물며
친구 베르나르에게 쓴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른다섯 살이 되어서가 아니라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
이곳에 올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그 당시 나는 회색이나 색이 없는 것에 빠져 있었네.
늘 밀레를 꿈꾸었고
모베나 이스라엘스 같은 네덜란드 화가들과 사귀곤 했지.”
고흐는 보다 이른 시기에 아를에 오지 못함을 아쉬워한 것으로 보인다.
고흐가 아를에서 그린 작품들은 그가 네덜란드에 머물렀던 초기 작품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아를의 풍경들이 고흐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의 작품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폭발하는 듯한 색채들의 향연이 아를에서의 작품들을 관통한다.
그런데, 나는 초기 고흐의 작품들 역시 좋다.
밀레를 추앙하던 스물다섯 젊은 시절의 고흐 작품들도 좋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비록 회색이나 특별한 색이 없이 흑백으로 된 화면에서 명암(明暗)을 통해 농민의 삶이 간직한 진정성을 전하고 있다.
서른다섯 살의 고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스물다섯이 아닌 서른다섯 살에 아를에 갔기 때문에,
회색이나 색이 없는 것에 빠져 있었던 스물다섯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당신의 삶이 화가로서 완전할 수 있었다고.
고흐의 삶은 충만했다.
어느 한 지점도 헛되지 않았다.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합니다.
I respect Vincent van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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