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teur literature

에세이 12. 요령 있게 살아가기에는

조앤디디온 2022. 5. 18. 16:32

빈센트 반 고흐

정신 발작이 시작되고 1889. 5. 프로방스 생레미에 있는 생폴 드 무솔 요양원으로 이동하여 닥터 레이의 치료를 받는다. 그곳에서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글에서 고흐는 자신에 관하여 이렇게 털어 놓았다.

 

“아무래도 요령 있게 살아가기에는 내가 너무 현실적이지 못한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엄밀하게 나의 경우 세상을 요령 있게 살아가기에는 현실적이지 않다기보다 너무 유약하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나에 대하여 약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오히려 강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내 마음은 엄청난 동요를 겪는다.

말 그대로 세상을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수면 위 백조의 모습은 평화롭지만

실제 수면 아래 백조의 다리는 엄청난 발버둥을 하고 있듯이

나의 일상 역시 그렇다.

매일 다짐하지만 매일 산다는 일의 힘겨움 앞에 격하게 동요한다.

 

고흐는 유약하기보다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했는데 나와 같다고는 할 수 없겠지.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유약하거나

세상을 요령 있게 살 수 없는 사람들은 늘 힘들다. 그래서 외롭다.

 

고흐처럼 위대한 작품들을 남길 수 있다면 그 힘겨움이 아깝지 않겠지만

평범하게 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외에 다른 위대한 족적(足跡)을 남길 수도 없는데

삶이 이렇게 힘들다니 조금 억울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포기하지 않고 매일을 살아낸다는 데에 있다.

어쩌면 태어나기를 유약하게 태어난 이들의 사명은 삶을 그대로 살아내는 데에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이유 없이 산다는 그 자체만으로 힘을 내자.

고흐 역시 살아 있을 때 그림을 그리는 그 자체만으로 투쟁하며 살아내지 않았는가.

오늘도, 약해 보이지는 말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