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말

소프라노 조수미님 새앨범 MOTHER 발매 인터뷰 중에서

조앤디디온 2019. 5. 10. 12:07



O 어머니는 본인이 성악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굉장히 원망하면서 사셨다. 어린 시절에 하루에 두세번씩 "너는 결혼을 하지 말고 아주 대단한 성악가가 돼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못한 노래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본인의 꿈을 대신 딸이 이뤘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하루에 피아노를 8시간씩 치지 않으면 문도 안 열어줬다. 당시엔 어머니를 미워하기도 하고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엄마가 설거지하는 뒷모습을 보는데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 모습이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 다가왔달까. 행복한 결혼 생활이더라도 이루지 못한 꿈으로 힘드셨겠구나, 슬프셨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어떻게 하면 이 여성을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성악가를 꿈꾸게 된 특별한 날이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O 사실 1983년에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 가기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늘 원망했었다. 나의 유아 시절을 어머니가 빼앗아 갔다는 느낌을 항상 받았다. '자신의 꿈도 이루지 못하면서 어떻게 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시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 셋방에서 혼자가 돼보니 그 순간 가장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이 바로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원하셨던 꿈을 꼭 이뤄주고 싶었다. 오로지 그 생각으로 유학 생활을 버텼다. 어떻게 보면 나는 굉장히 효녀다.(웃음)

O 수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어머니를 위해서 내 꿈을 접었다. 어머니가 나의 성악 재능을 발견해주신 거니까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만약에 어느 날 나를 떠나신다면 아마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하는 분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