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생각해보기

딸을 키우는 경험이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하여

조앤디디온 2018. 11. 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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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남자 판사는 딸이 젊은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성차별이나 성희롱, 혹은 출산과 관련한 이슈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다른 사람의 세계관이나 경험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글린 교수와 센 교수는 주장한다. 연구자들은 항소법원 판사의 성별과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서 딸이 있고 없고가 판결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만약 딸을 키우는 것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배우는 효과가 있다면 여성 이슈와 관련해 대체로 보수적인 공화당을 지지하는 판사나 남자 판사에게 그 효과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야 한다. 분석 결과 실제로 딸을 키우는 것이 판결에 미치는 영향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판사와 남자 판사들에게서만 나타났다. 원래 진보 성향이거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판사, 여자 판사는 딸이 있든 없든 여성과 관련된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딸을 키우는 것은 판사가 할 수 있는 경험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다양한 경험이나 정체성이 판사들의 세계관과 나아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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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 본 대로 딸을 키우는 것처럼 가족 내에서 여성과 관련된 이슈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 게 개인의 세계관과 정치적 견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많다. 이른바 가족 내 사회화라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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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집에서 이루어진 사회화의 영향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자녀의 성별이 부모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부모가 가족 내에서 성별이 다른 자녀들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했는지도 자녀들의 세계관은 물론 훗날 정치적 성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렇듯 개인의 경험은 중요하다. 사회적 약자가 받을지 모르는 구조적인 차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이라면 업무 지식 못지않게 어떤 경험을 통해 어떤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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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다양한 계층이나 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조정해야 하는 기관이나 조직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이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할 때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구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불편함과 차별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그로 인한 법적 문제의 판결을 맡는다면 '엘리트들이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는 비판을 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 시사 인 유혜영(뉴욕 대학 교수·정치학)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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