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충남 서산의 한 도축장에서 네살배기 암소가 사람을 들이받고 달아났다.
마취총을 맞고 잡힌 소는 그날 바로 도축됐다.
가축의 '마지막 날'은 참혹하다.
평생 좁은 우리에 갇혀 살던 소·돼지·닭은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낯선 트럭에 올라탄다.
가축에게 트럭은 그 자체로 공포다. 더럽고 차가운 바닥, 차량 진동, 눈높이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등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을 떠난 그들의 목적지는 거의 축산물 공판장이다.
맨 먼저 당도하는 곳은 공판장 내 '계류장'이다. 도축장에 들어가기 전 가축이 대기하는 곳이다.
이곳은 어쩌면 지옥이다. 먼저 죽어간 동물들의 피비린내, 전기 충격기를 맞고 도축장으로 끌려들어가는 가축의 비명이 뒤섞인다.
이곳에서 동물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도축장 상황에 따라 온종일 기다릴 때도 있다. 죽음 직전까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죽는 운명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서 슈퍼돼지가 맞닥뜨린 풍경 그대로다.
- 시사 인 이오성기자·장용준 인턴 기자
- <옥자>의 살풍경 벗어나기 위하여 기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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