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성경책 손에 들고
아파트 빗장을 열어
계단을 내려간다.
벌레 한 마리가
계단 끄트머리에
착 붙어 있다.
다리가 여럿 달린 벌레가
미동도 없다.
고요한 새벽
천상에 마음을 둔 사람들이
교회를 향한다.
찬송과 기도에
하루를 올려놓고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구한다.
교회당 고요함에 머뭇거리다
세상으로 나오니
세상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깨어 역동한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계단을 올라간다.
어! 그 녀석
벌레 한 마리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꼼짝도 하지 않은 듯
계단 끝 그 자리에 착 붙어 있다.
참 성실하게도
생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구나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
계단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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