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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 - 프롤로그

조앤디디온 2018. 11. 24. 17:22



프롤로그 : 고난으로 신앙을 떠나거나 고난으로 하나님을 만나거나


- 삶을 진지하게 대한다는 것은...이 땅에서 무엇을 하든, 삶에서 깨달은 피조세계의 두려움이라는 진실... 만물에 깔려 있는 그 공포스러운 불안을 인정하면서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거짓이다. - Ernest Becker

- 괴로움은 사방에 널렸다..

-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든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다든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다든지,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닥친다든지, 윤리적인 실수를 저지른다든지 하는 일들을 겪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에 예방 백신 같은 건 없다. 가족, 친지들과 더불어 건강하고 넉넉하며 안락하게 살고 일터에서 승승장구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얼마나 애쓰는지와 상관없이 무언가가 필연적으로 그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제아무리 많은 돈과 권력을 쌓고 계획을 세운다 해도 가족과의 사별, 심각한 질병을 비롯한 끔찍한 일들이 수시로 삶에 끼어드는 걸 막을 수 없다. 인생은 한없이 연약하며, 불가해한 힘에 휩쓸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삶은 비극적이다.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저절로 아는 사실이다. 어려움과 아픔을 겪는 사람들은 인력으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절망에 무릎 꿇지 않으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국 그 도움은 영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려 한다. 

 

-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고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왜 하나님께 반항하거나 부정하는지 골똘히 살피기 시작했다. 고통과 고난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선하신 하나님, 정의로우신 하나님, 사랑이 넘치시는 하나님이라면 어떻게 그처럼 참담하고, 썩어 문드러지고,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들을 허락하실 수 있단 말인가!' 고통이 마음에 뿌리를 내릴수록 머릿속의 회의도 자라간다. 고난을 당한 이들 곁에 다가설 때마다 하나님의 존재와 기독교 신앙을 향한 혐오의 불길이 극력하게 타오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 작가 스탕달을 비롯한 수많은 사상가들 역시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나서 "하나님이 없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이들이 고통과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역경이 주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기는 커녕 도리어 그분께 다가서게 했다. ... 삶에 고난이 찾아들지 않는 한 아무도 하나님을 찾지 않는다는 말은 과장된 말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고난이 닥치면 그제야 비로소 인간은 자신이 제 삶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해 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 그뿐이 아니다. 곤경은 그저 하나님의 존재를 믿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신앙을 가진 이들을 이끌어 하나님의 실재와 사랑과 은혜를 더 깊이 경험하게 한다는 생각이 갈수록 짙어졌다. 고난의 풀무불을 거치는 과정이야말로 하나님을 추상적으로 아는 수준을 넘어 인격적인 만남으로 이끄는 주요한 통로다.

- C.S.Lewis "하나님은 기쁨을 통해 속삭이시고, 양심을 통해 말씀하시며, 고통을 통해 소리치신다."

- 웬만한 크리스천이라면 수많은 교리들을 잘 이해해서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망과 실패, 상실의 통로를 거치지 않는 한, 그 진리들은 마음 깊은 곳에 닿지 않는다. ... 하나님 말씀을 깊이 알아가면서 차츰 '고난의 실상'이야말로 성경이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임을 깨달았다.


- 이 책의 주제는 '고난'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약간의 구별이 필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고난을 당하는 당사자거나 후보자들이다. ... 자신은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는 이들은 거기에 대한 철학적이고 사회적이며 심리적이고 도덕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 반면에 당장 고통과 역경의 손아귀에 붙들려 신음하는 이들은 현실을 철학적인 이슈로 대할 여유가 없다. ... 깊은 골짜기를 지나는 이들이 "하나님, 어째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놔 두셨습니까?"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해도 실질적인 관심사는 생존 그 자체에 가 있게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 인간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고 역경을 헤쳐 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철학적인 자세로 고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잔인한 짓이다. 하지만 고통이 하나님과 인생의 본질에 대한 "중대한 물음"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고난에 대한 연구를 거듭할수록 한 가지 시점에 얽매인 처방으로는 고난이라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도저히 답할 수 없음이 또렷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