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등 감상평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리뷰 - 줄거리 스포 있음

조앤디디온 2019. 1. 21. 23:44




아, 청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카고타자기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 자연스럽게 청춘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청춘의 사랑과 우정을 전생과 영혼이라는 소재 안에 잘 녹여낸 풋풋한 판타지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이야기 안에 이야기라는 두 개의 축을 통해, 일제시대라는 우리의 역사적 비극을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을 통해 재정립한다는 역사적 의미까지 담고 있으니 단순한 판타지 장르로만 한정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처음 드라마가 시작되고 초반부에서는, 천재작가로서 아이돌 월드스타와 같은 인기를 누리는 오만하고 까칠하며 거만한 작가 한세주(유아인)와 그를 맹목적으로 쫓는 덕후 전설(임수정)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그들의 만남에 관한 설정이 너무 의도적이어서 몰입감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 고비만 넘긴다면, 특별히 한세주가 슬럼프에 빠지고 타자기에서 봉인이 해제된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가 등장하면서부터 드라마는 판타지적 재미를 줌과 동시에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나면서 생동감 있게 진행된다. 특별히 유진오가 타자기에 봉인된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그와 더불어 각 인물들의 전생에서의 관계와 그들 사이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듯이 시공간을 넘어 이리저리 시간여행을 하듯 전개되는데, 그 과정에서 전생과 이생에서의 사건들이 교차방정식과 같이 상호 연결되는 지점이 흥미를 더한다.






1930년대 경성. 의대를 진학하였다가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청춘 서휘영(유아인). 친일재벌가의 자제로서 카르페 디엠이라는 유흥장을 운영하는 모던보이 신율(고경표). 그리고 일제경찰에게 살해당한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고 자신을 구해준 의문의 사나이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꿈인 유수현(임수정).

서휘영과 신율은 서로를 아껴주는 든든한 친구이면서 동시에 조국의 해방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지닌 독립투사로서 동지이다. 그들은 조청맹이라는 조직을 은밀히 이끌면서 일본 경찰과 군대를 상대로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지속한다. 서휘영은 조청맹의 수장으로서 수현의 가족들이 일제경찰에게 살해당하는 현장에서 수현을 구한다. 그는 수현으로 하여금 신율을 찾아가도록 하는데, 신율은 서휘영의 명에 따라 오갈데 없는 수현을 거둔다. 그는 수현이 어느 정도 자라자 수현에게 총 쏘는 법을 훈련시켜 조청맹의 1급 저격수로 키워낸다. 수현은 서휘영의 정체(그가 자신을 구한 복면의 사나이로서 조청맹의 수장이라는 사실)를 알지 못한 채 그저 신율의 친구이자 소설가로만 안다. 서휘영은 수현을 어린아이 다루듯 늘 핀잔을 주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어느 새 수현이 운명의 여자로서 자리잡았다. 신율 역시 수현을 처음 만난 그때부터 수현을 향한 사랑을 키워왔다. 수현은 신율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휘영을 향한 사랑을 키워간다. 수현은 막연하나마 휘영이 자신을 구해준 복면의 그 사나이일 거라 추측하면서 그의 주변을 맴도는데, 휘영의 작품을 통해 그의 문학적 천재성에 반해버리고 만다.


신율 역시 휘영의 소설가적 재능에 감탄하면서 어떻게든지 그가 소설가로서 해방된 조국에서 맘껏 그 꿈을 펼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신율과 휘영은 경성거리를 걷다가 어느 상점에서 조선말로 된 타자기를 발견하는데, 말 없이 타자기를 바라보던 휘영의 마음을 눈치 채고 신율은 그 타자기를 휘영에게 선물한다. 휘영은 타자기를 선물받고는 창작욕구를 불태우며 결국 멋진 소설을 완성해낸다. 휘영의 소설은 아마도 그들 경성거리의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인 듯 싶다.

한편 신율은 수현에게 저격수로서 사용할 총을 준비해주는데 바로 그 총이 톰프슨 기관단총으로 시카고 타자기(Chicago Typewriter)라는 별칭을 가진 총이었다. 총을 쏘는 소리가 타자기 소리와 같이 들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수현은 조청맹의 지시에 따라 그 총으로 일본의 주요 인물들을 암살한다. 수현은 처음에는 남장을 하고 카르페 디엠의 심부름꾼 소년으로 위장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이후에는 카르페 디엠의 여가수로 위장을 하는데, 이 모든 것은 휘영의 지시 하에 이루어진다. 여가수로 위장을 하면서 드러나는 수현의 미모에 휘영과 율 모두 크게 마음이 흔들린다.

















2017년 서울. 작가 한세주(유아인). 그는 성공한 소설가이다. 그는 어디를 가나 팬들의 환호를 받고 대중들은 그의 작품에 열광한다. 그의 소속 출판사 대표 갈지석(조우진)과 강비서는 작가 한세주가 소설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에 관한 모든 일정을 조율해준다.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작가 한세주는 워커홀릭이 되어 쉬지 않고 리서치를 하고 글을 쓰는데, 까칠한 성격에 예민해지다보니 가능한 외부와 차단하고 철저히 혼자만의 세계에 있기를 원한다. 그런 그가 시카고 팬사인회에 갔다가 팬사인회가 열린 카페에서 오래된 타자기를 보게 되고 묘한 이끌림을 느낀다. 마치 타자기가 말을 걸듯이 과거 언제인가의 기억을 소환당한다. 1930년대 경성. 한 여성이 그를 보며 말한다. "이 총 별명이 뭔지 알아요? 총소리가 타자기소리랑 비슷하다고 해서 시카고타자기. 펜은 칼보다 강하고 타자기는 총보다 강하다. 좋은 글 쓰시라구요. 여자 꼬시고 부귀영화 꿈꾸는 그런 글 말고. 위대한 글!"

그는 기억으로부터 빠져나와 혼란스러운 감정을 안고 카페 주인에게 타자기에 대해 묻고는 자신에게 팔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다. 카페 주인은 당신의 나라에서 온 물건이라면서 경매에서 구했는데 당신의 팬이기는 하지만 자신에게 특별한 물건이라며 팔 의사가 없다고 말한다.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그에게 타자기가 말을 건다. "친구여..." 그리고 그날 밤. 카페 주인은 카페 전체가 귀신에 홀린 듯 물건들이 요동치고 타자기가 스스로 "나를 한세주 작가에게 보내주세요"를 무한 반복하자 겁에 질려 국제배송으로 타자기를 한세주에게 보내버린다.


그렇게 타자기가 한국에 도착한 날. 작가 한세주의 열혈 광팬, 한세주 바라기 전설(임수정)이 운영하는 '오직 지혜' 심부름대행업체에 택배 우송이 의뢰된다. 그때부터 한세주와 전설의 티격태격 만남이 시작되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된다.

전설은 스토커로부터 위협당하는 한세주를 구해주는데, 그 과정에서 한 때 총을 잡을 때 보았던 환영에 다시 시달린다. 전설은 사격으로 국가대표를 꿈 꾸기도 하였는데 총만 잡으면 자신이 누군가를 죽인 기억으로 힘들어하다가 그만두는 아픔을 겪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떠나고 산악인이었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친구의 집에 의탁하여 고아 아닌 고아처럼 자랐으며 뒤늦게 공부를 하여 수의학과에 합격하여 대학공부를 마쳤으나 수의사 역시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었다.

전설은 한세주와 인연이 된 이후 한세주에게 오래 전에 만난 적이 있고 자신이 한세주의 1호팬이라고 하는데, 한세주는 그가 보통의 광팬들의 뻔한 얘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밀어낸다. 자꾸만 자신을 밀어내는 세주에게 전설은 언젠가 벽에 부딪치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그때 주위를 둘러보라고 아무도 없을 거라고 충고한다. 세주는 벽에 부딪칠 일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한다.

그런데 실제로 전설은 한세주의 무명시절 작품을 구상하곤 했던 패스트 푸드점 아르바이트생이었고 그곳에서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었다. 전설은 일찍이 한세주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때부터 남모르게 한세주를 응원해왔던 1호팬이었다. "그때부터 쭉 응원했어요. 지금 잡은 지푸라기가 동앗줄이 되라. 글이 밥이 되고 밥은 또 글이 되라. 그리고, 빌어줬어요. 고단한 인생이 이 사람 발목을 붙잡지 않기를.. 그건 그저 신이 위대한 작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잠깐의 시련이기를..지금 겪는 고통의 시간이 시련기가 아니라 수련이기를.." 나중에야 한세주는 이를 기억해내고 전설을 믿게 된다.

슬럼프에 빠진 세주는 비로소 인생의 위기로 내몰리고 결국 자살을 결심하고 차를 몰아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데 마침 그곳에서 운명처럼 전설이 세주를 구하게 된다. 전설은 산악인이었던 아버지의 산장에서 세주를 돌보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주가 다녀간 후 전설은 아버지의 유품인 회중시계(전생에서 서휘영의 것이었다)가 다시 작동하면서 이상한 점을 느낀다.










한세주는 시카고에서 돌아왔을 때 다음 작품의 구상으로 자신도 모르게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청춘들의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했었는데 죽음을 면하게 된 세주가 돌아와보니 자신도 모르게 이미 누군가 그 작품을 시작하여 소속 출판사로 보낸 상태였다. 세주는 소속 출판사 대표 갈지석이 고용한 대필작가인 것으로 오인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시카고에서 배송된 타자기 안에 봉인되어 있던 유령이었던 것이다. 유령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유진오(고경표)로 소개하는데 그 이름은 한세주의 집필실 벽에 걸린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름이었다. 세주는 유진오를 실존인물로 오인하고 공개 기자회견까지 하고 나서야 그가 실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령임을 알게 된다. 전설과 한세주의 만남이 이어질 때마다 덩치 큰 강아지 댕댕이가 등장했었는데 알고보니 유진오가 빙의하여 두 사람의 만남에 함께 했던 것이었다. 강아지가 정말 능청스럽게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유진오는 자신이 타자기에 봉인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라도 시작된 소설을 완성해야만 한다면서 전설과 한세주 그리고 자신 사이에 있었던 전생의 기억들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한세주를 설득한다. 한세주 역시 시카고에서 타자기를 보았던 그 순간부터 전설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계속되는 전생의 기억에 시달리고 유진오를 통하여 글을 쓰지 않는 한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방법도 없었기에 결국 유진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두 사람의 공동집필은 계속된다.


한편 한세주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명작가 백도하의 집에 의탁하여 자라게 되는데 명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세주의 부친으로 추정된다. 백도하의 아내 홍소희는 편집장으로서 남편의 혼외자인 한세주에 대하여 증오를 품게 된다. 백도하와 홍소희의 아들 백태민(곽시양) 역시 작가로서 등단에 성공하여 인지도를 얻고 있으나 사실 그가 소설가로서 인지도를 얻게 된 소설 '인연'은 자신의 작품이 아닌 한세주의 소년시절 작품이었던 것이었다. 백도하는 이를 알고도 묵인함으로써 백태민이 한세주의 소설을 도용하는 것을 도왔으나 이 때문에 세주와 의절하게 된다.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했던 홍소희는 아들 백태민의 성공을 위하여 한세주를 추락시키고자 기자를 매수하는 등 온갖 계략을 꾀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백태민은 한세주에 대한 열등감으로 몸서리치고 점차 이중적인 냉혈한의 면모를 드러낸다. 백태민은 한세주와 전설의 관계를 알게 되고 전설이 다시 수의사로 일하게 되면서 자신이 키우던 반려묘를 빌미로 전설에게 접근한다. 한편 유진오는 전설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를 지켜보는데 가끔 댕댕이 강아지로 빙의하여 전설의 사랑을 느끼며 행복해한다. 유진오는 공동집필의 조건으로 한세주에게 전설을 지켜달라고 요청하고, 한세주가 이를 받아들여 전설과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두 사람은 전생과 현생을 넘나들며 서서히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백태민은 전설에게 보조작가로 도움을 달라고 제안하여 한세주를 자극하려고 하지만 번번이 의도는 실패하고 만다.

백태민은 한세주에게 인연의 초고를 달라고 함으로써 자신의 대필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아보려고 하지만 이러한 의도를 눈치 챈 유진오가 인연의 초고를 기자에게 보내면서 결국 백태민의 작품 도용은 세상에 드러나고 만다. 이로써 백태민의 한세주에 대한 증오는 극에 달한다. 처음 한세주를 스토킹 하다가 다친 스토커가 있었는데, 백태민은 그 스토커의 여자친구와 공모하고 그녀를 사주하여 전설을 납치하도록 한다. 백태민은 전설이 납치된 상태를 이용하여 한세주로 하여금 자신의 작품 도용에 관한 보도를 수습하도록 하지만 한세주는 거절한다. 그러자 백태민은 한세주가 보는 앞 건물 옥상에서 자살하겠다고 하고 한세주가 자살을 하려는 백태민을 말리면서 서로 실랑이 한다. 그런데 실랑이과정에서 한세주는 건물 옥상에서 추락하는데, 다행히 때마침 현장에 도착한 유진오가 세주에게 빙의하여 세주를 구한다.

유진오는 백태민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가 전생에서 일본 밀정 서영민이었던 사정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그를 주시했던 것이다.

유진오는 전생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방법을 알게 되는데, 전설과 백태민에게 전생의 이름을 불러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었다. 백태민은 세주가 추락사한 것으로 알고는 서둘러 차를 운전하여 현장에서 도망치는데, 유진오가 차를 막자 그대로 치고는 달아난다. 후에 한세주 납치범으로 체포구속된 이후에도 백태민은 유진오를 차로 친 사실을 떠올리며 그의 존재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면서 미친 사람으로 전락한다.


한편 전설 역시 자신이 전생에서 총으로 소중한 사람을 쏘아 죽인 장면을 떠올리고 어느 날 찾아온 현생의 어머니(전미선)가 자신 역시 전생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웠다면서 전설을 버린 이유도 그때문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한세주와 악연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하고는 다시 사라진다. 전설은 혼란스러워한다. 전설은 어머니의 기억을 빌려 전생의 퍼즐을 맞추고자 어머니를 찾고 그로부터 조청맹의 마지막 거사에 관한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는 어머니에게 과거 전생은 전생일 뿐 현생마저 악연의 사슬에 갇혀 살아서는 안된다며 다독인다.


유진오는 현생에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사용하여 서서히 소멸의 징후를 보이는데, 점차 과거의 기억에서 삶의 마지막 자신이 죽던 순간 자신이 서휘영의 물건인 타자기와 시계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로부터 총을 맞아 죽게 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작품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한세주와 전설로 하여금 전생의 시간으로 타임슬립을 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세 사람은 과거 전생의 퍼즐을 모두 맞추게 된다.


1930년대 경성. 일본 밀정 서영민은 조청맹의 거사를 눈치채고 이를 차단하였으나 범인 검거에는 실패한다. 서영민이 조청맹의 거사를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은 조청맹의 내부에 밀고자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밀고자는 다름아닌 조청맹의 은신처 카르페 디엠의 마담이었다. 그녀는 현생에서 전설의 어머니로 환생하였다. 그녀의 아들은 조선 여성을 겁탈하려는 일본인을 죽인 사실로 살인죄로 사형을 앞두고 있었는데 서영민은 이를 이용하여 그녀로 하여금 조청맹에 관한 정보를 빼오도록 한 것이었다.

결국 그녀의 밀고로 조청맹의 작전이 드러나고 거사 과정에서 저격수로 활동한 유수현이 잡히게 된다. 서휘영과 신율은 은신처로 피신했다가 만주로 떠나고자 하였으나 유수현을 사랑했던 신율은 차마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조청맹의 수장임을 밝히고 체포된다. 서영민은 고문당한 유수현을 이용하여 신율로부터 조청맹의 진정한 수장을 밝히고자 한다. 신율은 서영민이 유수현을 죽이려 하자 견디지 못하고 그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서휘영은 동지들을 만주로 떠나도록 한 후 자신은 친구이자 연인으로서 신율과 유수현을 구하고자 하는데 이미 서영민과 일본 경찰이 급습하여 동지들을 죽이고 서휘영 역시 절벽으로 몰리고 만다. 서영민은 서휘영을 생포하고자 하였으나 서휘영은 스스로 총을 쏴서 자결함으로 강령을 지킨다. 마지막 순간 그는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어 수현을 바라보며 보고싶다는 말을 남긴다.

서휘영의 죽음으로 신율과 유수현은 석방되고 신율은 유수현이 만주 등지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도록 돕는다. 그러나 유수현은 조청맹의 저격수로서 조청맹의 이름으로 밀고자와 배신자들을 처단하고자 한다. 서휘영은 죽기 전 신율에게 자신의 타자기와 회중시계를 유품으로 남기고 이번 생에는 유수현을 포기하므로 잘 부탁한다고,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을 완성하여 달라는 편지를 남기는데 신율은 이를 받아들고 오열한다.

유수현은 경성에 남아 카르페 디엠의 마담과 서영민을 찾아 조청맹의 이름으로 차례로 처단한다. 그 소식을 들은 신율은 유수현이 자신을 찾아올 것을 직감하고 카르페 디엠에서 타자기로 소설을 쓰면서 유수현을 기다린다. 결국 유수현이 찾아오고 신율은 서휘영의 회중시계를 수현에게 건넨 후 그녀의 손에 처단되기를 바란다고 털어놓으며 주저하는 수현으로 하여금 방아쇠를 당기라고 독려한다. 유수현은 조청맹의 이름으로 밀고자를 처단하고 그 자리에서 오열한다. 신율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타자기 위로 쓰러진다.


언덕 나무 곁에 쓰러진 수현을 휘영의 영혼이 찾아온다. 그녀는 휘영이 또 떠나버릴 것이라며, 자신도 너무 지쳤는지 졸린다고 한다. 그리고는 쓰러져 잠이 든다. 그녀의 손에서 휘영의 회중시계가 떨어지고, 그 자리에 나뭇잎이 쌓이고 눈이 오고 80여년의 세월이 흘러 현생에 이른다. 산악가였던 전설의 아버지가 휘영의 회중시계를 줍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하면서 딸에게 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전생과 현생이 이어진다.



 
















다시 2017년 서울. 전생의 퍼즐이 모두 맞춰지고 유진오는 떠날 때가 된다. 유진오는 전설을 통해 수현과 애틋한 재회를 하고 비로소 과거와 화해한다. 현생의 한세주는 유진오와 동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를 자신의 새로운 소설, 현생의 청춘들의 이야기 안에 봉인함으로써 그와의 우정을 지키고자 한다. 결국 유진오는 빛으로 소멸하지만 어딘가 그가 존재할 것만 같다.

그리고 1930년대 경성의 그곳. 유진오는 현생에서 세주와 전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중하게 품고 미래에 함께 하는 셋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현생의 세주와 전설은 비로소 진정한 사랑에 안착한다.

유진오는 다음 생에는 유수현이나 전설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이는 전설의 친구로서 무당인 엄마의 영향 때문인지 유령을 볼 수 있었던 마방진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방진은 전설의 절친으로서 판타지 작가 지망생인데 유진오에게 첫눈에 반해 유령인 유진오를 심하게 짝사랑한다.











시카고타자기를 한 회 한 회 보다 보면 어느 사이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한세주와 서휘영을 연기한 유아인은 물론이고(그는 두 사람을 전혀 다른 매력으로 보여준다) 유진오와 신율을 연기한 고경표는 응답하라 1988의 선우의 매력을 발산하며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배우인지 다시 한 번 증명한다. 전설과 유수현을 연기한 임수정은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외모와 다부진 연기로 그녀가 두 사람의 마음을 전부 차지할 수밖에 없음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도록 만든다.

거기에 감칠맛나는 조연들의 연기가 더해져 시카고타자기의 재미와 생동감을 더했다. 앞서 언급한 전설의 절친으로 나온 마방진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그녀의 엄마로서 유진오의 실체를 눈치채고 유진오의 소멸에 대한 조언을 하는 역술가 왕방울 여사, 전설의 또다른 소꿉친구로 전설을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이탈리안 레스토랑 요리사 위대한, 한세주를 처음 만난 그때부터 초심을 지키며 오직 돈을 위해 출판의 모든 것을 조율하는 마이다스의 손 갈지석(그를 연기한 조우진은 도깨비에서의 김비서 매력 그대로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그밖에 백태민과 홍여사 등 한 사람 한 사람 등장인물들 모두 드라마의 재미와 흥미를 놓치지 않도록 한다. 물론 삽살개 댕댕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밖에 한세주의 집필실 등 집안 곳곳, 경성거리와 조청맹의 은신처 카르페 디엠, 전설과 마방진의 방, 백태민의 작업실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소 하나하나 그 의미와 캐릭터의 성격 등을 표현하기 위하여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시카고타자기는 처음에는 판타지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보다가 전생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드러나는 우리 역사의 이야기 속에서 청춘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가를 지켜보면서 어느 사이 마음이 먹먹해지는 드라마다. 비극적 역사이지만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엮어 내어 전혀 비장하지 않게 가볍게 접근하지만 잔잔하고 깊은 감동을 준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주는 정말 괜찮은 드라마로 추천하고 싶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청춘들은 과연 그 시대 청춘들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청년세대의 절망에 관한 뉴스들이 매일 쏟아지는 지금. 드라마가 아닌 현실은 어찌하여 씁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