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은 서휘영이 남긴 유품상자를 연다. 유품상자 안에는 신율이 서휘영에게 선물한 타자기, 서휘영의 회중시계, 서휘영의 미완성 소설 '시카고 타자기' 그리고 편지가 있다.
신율은 그 편지를 읽는다. 서휘영이 신율에게 남긴 편지.
"어이~ 신율! 살아 있나, 지금 이 편지 읽고 있어..? 만주로 떠나기 전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내게 가장 소중했던 세 가지 물건들을 너에게 맡기기로 했어.. 혹시.. 이 타자기 처음 봤던 날이 생각나?.. 실은 그때 만연필 하나면 족하다고 한 거 진심이 아니었어. 허세였어. 너에게 타자기를 선물받고 얼마나 기뻤는지..너에게 받은 게 너무 많은데... 살아서는 못 갚을 만큼 너무나 많이 받았는데.. 어쩌면 살아서는 다시 못 볼 길을 떠나는 지금. 너에게 줄 게 이거 밖에 없어서...미안하다..그나마 그냥은 못 주고 부탁을 얹어 보려고 하는데..감당이 될까..니가.. 내 대신 못다쓴 이 소설(신율이 유품상자 안에서 꺼내든 서류봉투 안에 서휘영의 소설 '시카고 타자기'가 들어 있다)을 완성해주길 바래. 니가 나한테 선물했던 이 타자기로. 나를 대신해서 이번엔 니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써줘. 그 시절, 우리가 이땅에 살았었다고. 암흑 같은 현실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치열하게 아파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위험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며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투쟁해왔다고...회중시계는 1분 1초 멈추지 말고 성실하게 수현이를 아껴주길 바란다는 뜻이야. 다신 수현이가 혼자되지 않도록 니가 그 곁을 지켜줘. 마지막으로 율아, 내가 널 얼마나 믿고 우애했는지 미처 말로 전하지 못한게 후회가 돼. 그러니까 우리 꼭 살아서 만나자. 아니! 죽어서라도, 다시 만나자. 만약 신께서 내게 이번 생에 행복했었냐고 물으시면, 대답할거야..너희들을 만나 행복했었다고. 혹여 신께서 내게 사느라 고생했다 참 잘 살았다 어깨를 두드려주시면, 부탁해볼거야.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너희들과 함께이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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