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 7’의 세 번째 작품인 연극 ‘진실x거짓‘ 을 보았다.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 'La Vérité'(진실)/'Le Mensonge'(거짓) 의 작품이라고 한다. [진실 편]과 [거짓 편]으로 나누어 있는데 두 편을 모두 보았다. 두 편 모두 재미와 진지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평하고 싶다.
진실 편이나 거짓 편 모두 주인공은 같다. 다만 누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가가 다를 뿐이다. 어느 한 편만 보아도 되고 두 편 모두를 보아도 되지만, 두 편 모두를 본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불륜을 소재로 한 만큼 자극적일 것 같지만 정작 연극을 마치고 나올 때 떠오르는 생각은 불륜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효용성이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과 거짓을 말하는 것, 그리고 진실을 말하는 것과 진실을 안다는 것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진실을 말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거짓을 말하는 것보다 더 효용이 있는가, 나아가 관계에 있어 더 옳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는 없다.
프랑스 파리. 폴과 알리스, 미셸과 로렌스 두쌍의 부부가 있다. 폴과 미셸은 절친한 친구이다. 알리스와 로렌스도 폴과 미셸로 인하여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각자 부부로서 사랑하고 신뢰하며, 친구로서 우정을 지키며 또한 신뢰한다. 무엇보다, 폴과 알리스, 미셸과 로렌스는 서로를 여전히 사랑한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폴은 로렌스와 알리스는 미셸과 불륜에 빠졌다. 부부는 서로 사랑하지만 어쩌다보니 친구의 그 또는 그녀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자, 이제 진실을 말해야할까? 당신이라면? 소재 자체는 막장이지만 질문만큼은 막장이 아니다.
[진실 편]은 불륜의 당사자인 알리스와 미셸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미셸은 말한다. 진실을 말하지 않을 뿐이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리스는 폴에 대한 죄책감으로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진실을 말하겠다고 하자, 미셸은 샤르트르가 진실을 털어놓고 보봐르가 진실을 알게 된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보봐르가 평생 고통 속에서 살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진실을 말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강변한다. 미셸은 진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을 신뢰하는 폴을 지키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리스와 미셸이 함께 비밀여행을 떠났다가 이를 계기로 폴이 알리스의 외도를 눈치채고, 결국 알리스는 폴에게 미셸과의 관계를 털어놓는다. 그러자 폴 역시 알리스에게 사실은 알리스보다 먼저 로렌스와 외도를 했었다고 털어놓고, 미셸에게도 이를 알린다. 그러자 미셸은 자신의 불륜에 대하여 폴에게 미안해하기보다, 자신이 아내의 외도 사실을 그때까지 알지 못한 사실에 더 분개한다. 미셸은 이를 로렌스에게 확인하려고 하지만, 로렌스는 폴과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폴이 미셸과 알리스의 불륜에 대하여 보복감정에서 거짓을 말하는 것이라며 미셸의 추궁을 벗어난다. 미셸은 반신반의하면서 로렌스를 포옹하면서 안도하는데, 로렌스는 실직상태였던 폴이 취직이 되어 파리를 멀리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에 관객을 향하여 얼굴을 돌리고 슬퍼한다. 관객만이 로렌스의 진실을 알게 된다.
[거짓 편]은 폴과 알리스의 대화로 시작된다.
폴과 알리스는 미셸*로렌스 부부와 저녁식사가 예정되어 있다. 미셸부부는 폴과 알리스의 집으로 오는 중이다. 그런데 알리스의 표정이 심히 불편하다. 알리스는 낮에 택시 안에서 폴의 절친인 미셸이 거리에서 다른 여성과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하였다면서, 친구인 로렌스에게 이를 알려야 하지 않느냐며 폴에게 차라리 저녁 약속을 취소하라고 말한다. 두 사람이 어영부영 대화를 하는 사이 미셸과 로렌스가 도착하고 결국 네 사람은 저녁식사를 하게 된다.
알리스는 미셸과 로렌스에게 도발적으로 묻는다. 믿고 신뢰하는 사이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이에서 진실을 말해야 하는지, 진실을 알아야 하는지에 관하여 묻는다. 미셸은 자신이 편집자로서 작가들과 사이에 진실을 말했다가 낭패를 보기만 했다고 하면서 차라리 진실을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하고, 로렌스는 진실을 알 필요가 있겠지만 당사자가 아니라면 굳이 나서서 진실을 말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데..알리스는 그들의 대답 모두가 뭔가 불편하다. 알리스가 토라져서 저녁 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가버리자 미셸은 자신으로 인해 기분이 상한 것 같다면서 알리스를 따라가고, 거실에는 폴과 로렌스 두 사람이 남는다.
미셀부부가 떠나고, 알리스는 미셸이 로렌스에게 과도하게 애정표현을 한다면서 다른 여성과 외도를 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비난하고, 폴은 미셸이 잠깐 다른 여성을 만났을 뿐 로렌스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면서 미셸을 두둔한다. 알리스는 미셸을 두둔하는 폴에게, 폴 역시 알리스에게 숨기고 있는, 즉 말하지 않은 진실이 있느냐며 추궁한다. 알리스의 집요한 추궁에 결국 폴은 다른 여성과 단 한 번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고 털어놓고 이에 대해 알리스는 분개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폴은 홀로 고민하면서 밤을 새우고 아침이 오자 알리스는 출근하기 전 자신 역시 외도한 사실이 있다고 털어놓으며, 폴과 같은 입장인만큼 폴을 비난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고 말하는데, 이 때문에 폴은 충격을 받는다.
폴은 미셸에게 알리스가 말한 불륜에 관하여 의논하고 미셸은 알리스가 폴에 대한 보복감정에서 거짓을 꾸며낸 거라며 폴의 흥분을 가라앉힌다. 퇴근 후 돌아온 알리스에게 폴은 진실을 알고 싶다고 애원하고, 알리스는 결국 미셸과 잠시 만났지만 죄책감으로 3주 전에 헤어졌는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미셸이 다른 여성과 키스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났었다고 털어놓는다. 폴은 그토록 알고 싶었던 진실이 절친한 둘도 없는 친구와 아내의 불륜이었다는 점에 충격을 받고, 이번에는 폴이 낙심하여 울면서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알리스는 폴을 달래려고 하면서 모든 것이 지어낸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당신 그걸 다 믿는 거야? 어떻게 그걸 믿을 수가 있어?... 당신이 어제 저녁 내내 거짓말에 대한 칭송을 늘어놓으니까 내가 그렇게 지어낸 거잖아!”
폴 역시 털어놓았던 고백이 사실은 알리스의 추궁에 못견디어 과장하여 꾸며낸 것이었다고 하면서 진실 같은 거짓으로 마무리한다. 다시 폴과 알리스 부부 사이에 평화가 온다. [거짓 편]이 그렇게 끝나는가 싶다. 커튼콜까지 하는데, 돌연 다시 처음 장면으로 돌아간다. 처음 미셸부부가 폴과 알리스를 찾아온 저녁식사 자리.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는지에 관한 미셸의 말에 알리스가 토라져 부엌으로 가버리고 거실에는 폴과 로렌스가 남는다. 그리고 관객들만이 그들 관계의 진실을 알게 된다.
부엌, 미셸은 알리스를 따라가고 알리스는 토라져서 미셸의 뺨을 때리지만 그럼에도 미셸은 알리스를 달래려고 애쓴다.
거실, 로렌스는 폴에게 알리스가 뭔가 눈치챈거 아니냐고 하고 폴은 아니라고 하면서 애정행각을 벌인다.
두 편 모두에서 진실은 있다. 관객들은 진실을 안다. 하지만 진실을 알 필요가 있는지는 진실을 모두 알고 있는 관객들이라도 저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라도 알아야 하는가, 관계의 종말을 가져올 진실을 알아야 하는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선택하라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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