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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월든 Walden 2 : 생활의 경제학 - 더 클래식 출판

조앤디디온 2019. 2. 9. 05:01




o 88 - ... 어떤 학생이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노동을 일부러 교묘히 피하여 여가를 얻고 일할 의무를 면제받는다면, 그는 자기 자신에게서 여가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경험을 빼앗는 샘이 되고, 따라서 그의 여가는 비열하게 얻은 무익한 것이 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가 "지금 그 말은 학생이 머리가 아닌 손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겠죠?" 라고 물어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확히 그런 뜻은 아니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게 들리기도 할 것이다. 내 말은 사회가 이처럼 많은 비용을 들여 그들을 뒷바라지하는데, 학생이 삶을 '즐기듯이' 살거나, 단지 '공부'만 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 젊은이가 지체 없이 삶을 실험해 보는 것보다 삶에 대해 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할까? 나는 그 방법이 수학만큼이나 그들의 정신을 훈련시키게 되리라 생각한다.


o 89 - ... 강의실에서는 모든 것을 교육받고 훈련할 수 있지만, 정작 삶의 기술을 배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망원경이나 현미경으로 세상을 조사하는 법은 가르쳐도, 육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화학은 공부하겠지만 빵 굽는 법을 배울 수는 없고, 기계학은 배우되 빵을 구하는 법은 배울 수 없다. 해왕성의 새로운 위성을 발견하는 법은 배워도 자기 눈에 들어간 티끌을 보는 법은 알 수 없고, 자신이 어떤 악당의 주변에서 맴도는지도 알아낼 방법이 없다. 주위에서 우글거리는 괴물에게 자신이 잡아먹히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그저 한 방울의 식초 속에 어떤 균이 들어있는지만 살펴볼 따름이다.


o 93 - 이처럼 인생에서 가장 쇠잔한 시기에 별로 탐탁지 않은 자유를 누리고자 인생의 황금기를 온통 돈만 벌며 보내는 삶을 생각하면, 어느 영국 사람의 일화 하나가 떠오른다. 그는 훗날 고향에서 시인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선 젊을 때 돈을 벌겠다고 작심하고는 인도로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것이 아니라, 그는 즉시 다락방에 올라가 시를 썼어야 했다.


o 96, 97 - ... 두 해의 경험을 통해 나는 인간이 소박하게 살면서 자신이 기른 작물만을 먹되 필요한 만큼만 기른다면, 또한 사치스럽고 값비싼 물건을 어떻게든 가져 보겠다고 거둬들인 작물과 교환하지만 않는다면, 얼마 안 되는 땅만 경작해도 충분히 먹고 산다는 사실을 배우게 됐다. 

... 나는 콩코드의 어느 농부보다도 독립적이다. 집이나 농장에 얽매이지 않은 채 어느 때고 마음 가는 대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다른 농부들보다 훨씬 잘 살고 있다. 집이 불타버리거나 농사가 잘 안되더라도, 이전보다 사정이 더 나빠질리 없으니 늘 전만큼 잘 살고 있는 셈이다.


o 99 - ... 국가는 건축물을 이용해서 그 위상을 세우려 할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사고의 힘을 이용하려 애써야 한다... 소박하고 자주적인 정신의 사람은 아무리 군주의 지시라 해도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다. 참된 인재는 결코 황제의 시종이 되지 않으며,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도 아주 소량을 제외하고는 금이나 은이나 대리석이 아니다...


o 101 - ... 많은 이들은 동서양의 기념비에 관심을 두고, 누가 그것을 세웠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당시 그것을 세우지 않은, 사소한 일에 초월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고 싶다.


o 111 - 세상에는 남의 말을 곧잘 의심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때로 그들은 내게 사람이 푸성귀만 먹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 오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즉시 문제의 핵심을 치고 나간다. 핵심이야말로 신념이 아닌가. 그런 질문이야 수도 없이 받아 봤기 때문에, 나는 대못만 먹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대답한다. 그들이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가 하는 말 대부분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o 114 - ... 만약 당신에게 통찰력이 있다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그 사람 뒤편에 있는 수레에 잔뜩 실린 그가 소유한 모든 것과, 소유했음에도 그렇지 않은 척하는 더 많은 것, 심지어는 그의 부엌에 있는 가구와 모으기만 하고 태워 버리지 못하는 쓰잘머리 없는 물건을 알아볼 수 있을 터다. 그는 그 물건에 결박당한 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 애를 쓴다. 하지만 자기 몸이야 어찌어찌 옹이구멍인지 문인지 하는 것을 겨우 빠져나갔다 치더라도 짐이 잔뜩 실린 수레는 문간에 끼어 결코 빠져나갈 수 없으니, 그런 사람이 바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o 121 - 내게도 특별히 선호하는 것, 즉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자유를 그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한다. 또 열심히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따라서 고급 양탄자나 값비싼 가구, 맛있는 음식, 또는 그리스식이나 고딕 양식의 저택을 손에 넣겠다는 일념으로 내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o 136 - 그러니 우리가 진정으로 인디언적이고 식물적이고 자기적(的)이고 자연적인 수단을 이용해 인간을 구원하려 한다면, 먼저 자연 그 자체만큼이나 소박하고 건강해져야 한다. 이마 위에 걸린 구름을 걷어 내고, 숨구멍 안으로 적은 생명이라도 받아들여 보자. 가난한 사람의 감독관이 되려 하지 말고, 세상에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 애써 보자.

나는 시라즈의 족장 사디가 쓴《굴리스탄(Gulistan)》즉 《화원(Flower Garden)》이라는 작품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은 일이 있다.

사람들이 현자에게 물었다. "지고한 신이 창조해 낸, 하늘 높이 솟아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무성한 나무들 중에 열매를 맺지 않는 삼나무를 제외하고는 '자유의 나무'라 불리는 나무가 없습니다. 어떤 심오한 까닭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러자 현자가 답했다. "나무란 모름지기 열매와 철이 있어서 제철이 되면 푸르러지고 꽃도 피우지만, 철이 지나면 마르고 시들어 버리는 법이라네. 하지만 삼나무는 계절과 상관없이 늘 무성하지. 바로 그런 특성을 자유롭다 하거나 종교에서 독립적이라 하는 것이라네. 그러니 그대들도 덧없는 것에 마음을 쏟지 말게나. 통치자 칼리프의 생이 다한 후에도 티그리스 강은 바그다드를 통과해 계속 흐를 것이야. 그대가 가진 것이 많다면 대추나무처럼 아낌없이 베풀고, 베풀 것이 없다면, 삼나무처럼 자유로워지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