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543 - ... 부디, 내면의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어 무역이 아닌 사상을 실어나를 수 있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자.
모든 인간은 한 왕국의 군주다. 그의 영토에 비하면 러시아 황제의 지상 제국은 지극히 작은, 얼음 옆에 남겨진 협소한 둔덕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스로를 존중할 줄 모르면서 애국심에 불타거나 사소한 것을 위해 대의를 희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자기의 무덤이 되어 줄 땅은 사랑하나, 진흙으로 빚어진 자신의 육신에 생기를 불어넣는 정신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이런 이들에게 애국심이란 머리를 파먹는 구더기와 같다.
o 546 - ... 자기 존재의 법칙에 순응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취하는 태도, 그것을 유지해 가는 것이 바로 인간이 할 일이다. 그런 태도를 견지하게 되면, 설혹 저항의 기회를 맞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공정한 정부에 대한 반항은 아닐 것이다.
o 546~7 - 나는 숲에 들어갔을 때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를 안고 숲을 떠났다. 마치 내게는 살아가야 할 삶이 몇 개쯤 더 있어서, 숲에서의 삶을 위해 더는 시간을 바칠 수가 없을 듯한 느낌이었다. 놀랍게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스스로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 어떤 특정한 길을 밟아 그것을 자신만의 길로 만들어 버린다. ... 나는 선실 복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돛대 앞과 갑판 위에 서 있기를 바랐다. 그곳에 있어야만 산중에 떠오른 달빛을 가장 잘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제 더는 아래로 내려가고 싶지 않다.
o 547~8 - 나는 실험을 통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웠다. 인간이 자신의 꿈을 좇아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가며, 상상 속에 그려 온 삶을 살아가고자 열심히 애쓴다면, 평소 예기치도 못했던 성공을 이룰 수 있다. 그는 과거를 뒤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어설 것이다. 그리하면 새롭고 보편적이며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변과 내면에 확립되기 시작할 터다. 그것이 아니라면 낡은 법칙이 확장되어 좀 더 자유로운 의미에서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그는 더욱 높은 질서를 따르는 삶을 허가받을 것이다.
소박한 삶을 살아갈수록, 복잡한 우주의 법칙도 간결해질 테니 고독은 더 고독이 아니고 가난은 더는 가난이 아니며, 약점도 더는 약점이 아닌 것이 된다. ...
o 551~2 - 왜 인간은 성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서두르고, 또 위험한 사업에 뛰어들까? 만약 누군가가 동료 인간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가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로 하여금 들리는 음악 소리에 맞추어 걸어가게 하자. 그 소리가 어떻게 들리든 얼마나 멀리서 들리든 상관하지 말자.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처럼 빨리 성숙하는 것은 그에게 중요치 않다. 아직 봄이 채 가지도 않았는데, 여름으로 바꾸라는 말인가? 그를 위한 때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는데, 대신 어떤 현실로 그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인가? ...
o 554~5 - 아무리 삶이 고달프더라도, 당당히 맞서 살아야 한다. 삶에서 등을 돌리고 욕이나 퍼부어서야 쓰겠는가. 아무리 고달프다 한들, 삶이 당신 자신만큼 나쁘지는 않을 터다. 삶이란 내가 가장 부유할 때 가장 빈곤해 보인다. 남의 흉만 찾아내는 사람은 천국에서도 흠잡을 일만 찾아내리라. 빈곤한 만큼, 삶을 더 사랑하자. 심지어 구빈원에 살지라도 흥겹고 설레고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터다. 저녁노을은 부자의 저택뿐 아니라, 양로원의 창도 밝게 물들인다. 초봄이 되면 양로원 문 앞의 눈도 녹아내린다. 햇살도 모든 문간의 눈을 녹인다.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그런 곳에 살아도 궁전에 사는 만큼 만족스럽고 유쾌한 생각을 품을 수 있다.
o 555~6 - 세이지 같은 텃밭의 약초를 가꾸듯이 가난을 가꾸어 보자. 옷이든 친구든 간에 새것을 얻으려고 너무 애쓰지도 말자. 헌 옷은 뒤집어 입고, 옛 친구에게 돌아가자. 우리 자신 외에 변하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옷은 팔아버리고 생각은 그대로 간직하자. 굳이 교제가 필요치 않도록 신이 돌보아 줄 것이다. 날마다 온종일 거미처럼 다락방 구석에 갇혀 있을지라도, 생각만 잃지 않는다면 내 앞의 세상은 여전히 넓을 테니 말이다. ... 자신을 개발하고자 조바심을 낸 나머지, 너무 많은 영향력에 스스로를 내맡겨서도 안 된다. 그것 역시 방종에 지나지 않는다. ...
o 561~2 - 우리는 발붙이고 사는 지구의 얇은 표층만 알고 있다. 지면에서 2미터 아래까지 파 보거나 공중으로 2미터 높이까지 뛰어올라 본 사람도 거의 없다. 대부분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조차 모른다. 게다가 삶의 절반이나 되는 기간을 잠만 자며 보낸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현명하다고 여기며 자부심을 뽐내고 지구 표면에 하나의 질서를 확립한다. 이 얼마나 심오한 사상가이고, 야심 찬 존재들인가!
o 562 - 나는 지금 숲속에 서 있다. 바닥에는 솔잎이 깔려 있고, 그 사이로 벌레 한 마리가 꿈틀대며 내 시야에서 숨으려 애를 쓴다. 나는 왜 이 벌레가 그처럼 겁을 집어먹고, 어쩌면 그의 은인이 될지도 모르고 벌레의 종족에게 희소식을 가져다줄지도 모를 내게서 도망가려 안간힘을 쓰는지 궁금해진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 위쪽에서 나를 굽어보는 위대한 은인이자 지성의 존재에 대해 떠올려 본다.
o 564 - 나는 영국인이나 미국인이 이 모든 섭리를 다 이해하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내일의 특징이다. 시간의 경과만으로는 결코 새벽을 불러올 수 없다. 어떤 빛이 인간의 눈을 감게 한다면 그것은 어둠이나 마찬가지다. 깨어나는 순간이 바로 새벽이 밝아 오는 시간이다. 우리 앞에는 수많은 새벽이 기다리고 있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