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등 감상평

영화 북클럽 감상평 리뷰 (줄거리 간단 정리)

조앤디디온 2020. 1. 8. 11:30

 

 

 

 

 

 

네 명의 여성들이 있다. 젊은 시절부터 독서클럽을 함께 하며 책을 통해 삶을 공유해온 그녀들.

그들은 모두... 좀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하자면... '할머니들'이다. 중년을 지나 노년에 접어든 그녀들은 인생의 희노애락을 몇 번 아니 몇 백번은 겪었을 나이다.

그런데 그녀들은 아직도 유쾌하다. 그리고 아직도 스타일리쉬하다.

미국에서도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 속하고, 각자 전문직종에 종사하고 있거나 경제적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전제에서 그들의 일상은 세대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여전히 일을 하고 욕망하며 사랑을 희구한다.

 

 

 

 

 

 

성공한 호텔CEO인 비비안(제인 폰다)은 자유분방한 독신의 삶을 즐긴다. 여전히 어떤 남자 앞에서도 당당하고 주저함이 없다. 비비안은 북클럽 친구들에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를 읽도록 하고 내면의 욕망을 일깨우자며 흥을 낸다. 친구들은 처음엔 책의 선정성 때문에 당혹감을 나타내지만 비비안의 의도대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인하여 내면 깊은 곳 어딘가에 잠재하고 있던 어떤(성적?) 에너지가 살아나고 스스로 욕망의 주체임을 자각한다. 그냥저냥 타성에 매몰되어 살아가던 일상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영어: Fifty Shades of Grey)는 영국의 소설가 E. L. 제임스가 2011년에 발표한 에로틱 로맨스 소설이다. 이 소설은 50가지 그림자 트롤로지의 첫 번째 작품으로, 대학 졸업생 아나스타샤 스틸과 젋은 사업가 크리스천 그레이의 깊어지는 관계를 추적한다. 본디지/디서플린, 지배/피지배, 가학증/피가학증을 포함한 노골적으로 에로틱한 장면으로도 유명하다. 전세계의 베스트 셀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였으며, 2015년 6월까지 1억 25백만 부 이상을 판매하였다.

 

 

 

 

젊은 시절 하룻밤의 연애(?)로 아이를 임신하고 서둘러 결혼, 회계사인 남편의 아내로서 두 딸을 키우며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았던 다이앤(다이앤 키튼). 그녀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이후 두딸로부터 걱정스러운 존재로 전락한 채 오직 집안일로만 시간을 보낸다.

섀론(캔디스 버겐)은 연방판사로서 법원에서는 고위직 공무원의 위엄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자기만큼 외로운 새침한 반려묘가 시큰둥하게 반길 뿐이다. 그저 먹는 낙으로 시간을 보낼 뿐 달리 인생의 즐거움은 없다. 남편은 일찍이 독립을 선언하고 이혼도장을 받아 하와이로 떠나버렸고 아들 역시 아버지를 따라갔다. 얼마 전 아들의 약혼소식과 함께 남편 역시 새로운 운명의 짝을 만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남편의 새로운 그녀는 젊디 젊은 쭉쭉빵빵 Girl이다! 

캐롤(메리 스틴버건)은 꿈에 그리던 레스토랑을 열고 자리를 잡을 무렵 바이커(Biker) 멋쟁이 남편 브루스(크레이그 T. 넬슨)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결혼까지 골인하여 알콩달콩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았다. 그녀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변함없이 그와 연애하듯 살고 싶다. 그런데 남편은 퇴직과 함께 어딘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삶의 활력을 모두 잃고 그저 하루하루를 무감각하게 살아간다. 캐롤은 그를 자극하고 싶지만 반응은 언제나 심드렁하다.

 

 

 

 

정말 책-그레이 때문일까...?  북클럽 멤버들의 일상에 로맨틱한 사건들이 일어나는데...

딸들에게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이앤은 비행기공포증으로 긴장하고 있다가 비행기가 이륙할 때 당황하여 그만 옆자리에 앉은 남성의 중요 부위(?)를 움켜잡는 실수를 한다. 비행 중에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매몰되어 옆자리 그 남성이 자신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도 모른다. 내릴 때 그가 무슨 책을 그렇게 집중해서 읽었냐고 하자, 허먼 멜빌의 장편소설 <모비 딕, Moby-Dick>이라고 둘러대지만 그는 모비 딕의 주인공 이름이 그레이냐면서 웃는다. 이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다이앤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이름은 미첼(앤디 가르시아). 비행기조종사이자 비행기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한 상당한 재력가인데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완벽한 남성 미첼과의 운명적인 만남과 그의 일방적인 구애는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대리만족을 통한 행복감을 일으킬 만큼 여성들의 판타지를 만족시킨다. 영화는 다이앤과 미첼을 통하여 로맨틱함에 나이란 경계는 없다고 말한다. 다이앤의 두 딸은 처음엔 노년에 접어든 엄마를 그저 자신들이 돌봐야만 하는 신경쓰이는 존재로만 여겼으나 영화 후반 미첼의 연인으로 한 명의 여성으로 각성한 엄마를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낸다.

 

섀론은 이성과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통하여 주체적으로 연애를 시작한다. 첫 만남에서 세무사인 조지(리차드 드레이퓨즈)를 만나는데 두 사람은 정말 잘 통했다(?). 시작이 괜찮았으니 사이트를 통하여 또 다른 남성과의 만남 역시 흔쾌히 받아들인다. 평소 완벽할 것만 같았던 섀론에게 빈틈이 생기고 직장에서도 그녀의 구애활동이 드러나는 실수를 연발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코믹하다. 연애의 맛(?)을 알아갈 즈음 두번째 만남을 약속한 장소에서 전 남편과 말로만 듣던 남편의 그녀를 만나게 된다. 전 남편이 일시적인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가벼운 만남에 만족하는 자신을 탓하며 자괴감에 빠져서 사이트 접속을 그만둔다. 영화의 말미 친구들을 통하여 자신 역시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처음 만나 정말 잘 통했던 조지와 재회한다.

 

캐롤은 자선파티에서 남편 브루스와 함께 멋지게 커플댄스를 추고 싶었지만 그의 시큰둥함에 크게 실망한다. 이성문제에 관한 한 나름 전문가인 비비안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데, 비비안은 성기능이 약해져서 그럴 수 있으니 성기능개선을 위한 약(비아그라?)을 먹이라면서 구해준다. 결혼기념일 레스토랑에서 몰래 브루스의 술잔에 약을 탔는데 오히려 그것이 남편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하여 부부싸움으로 이어진다.(약 때문에 죽지 않는 남편의 그곳(^^)으로 인하여 부부싸움 마저 코믹하다.) 브루스는 퇴직하는 날 자신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았던 캐롤에 대한 원망을 비로소 털어놓고 그로 인하여 퇴직 이후 자신의 심경을 제대로 나눌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캐롤 역시 자신이 미처 남편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였음을 깨닫고 일방적인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데, 자선파티에서 홀로 무대에 오른 그녀 앞에 남편 브루스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다시 뜨겁게 확인한다.

 

비비안은 40년 전 젊은 시절 그녀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고백했다가 청혼을 거절당하고 떠나버린 아서(돈 존슨)와 우연히 재회한다. 그는 여전한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변함 없는 사랑을 느낀다. 그는 이혼하면서 재산의 상당 부분을 아내에게 분할하여 주고 대신에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고 쿨하게 말한다. 아서는 비비안과의 재회를 운명처럼 여기고 구애하지만 비비안의 마음을 알 수 없다. 비비안은 겉으로는 자유분방한 독신의 삶을 즐기지만 사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진실한 사랑에 자신이 없었다. 결국 아서는 다시 떠나고 북클럽 친구들을 통하여 아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비비안은 뒤늦게 아서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아서는 떠나고 없었다. 텅 빈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와 자신만의 공간인 옥상 라운지로 갔는데 어쩜! 그곳에서 아서가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두 사람은 재회하고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다.

 

 

 

 

 

영화는 북클럽 멤버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책을 통하여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유쾌하고 약간은 코믹하게 그린다. 노년이 되어도 여전히 연애세포가 있음을 잊지 말라고 농담처럼 던지는 충고같다고나 할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원작자인 E.L. 제임스는 북클럽의 시나리오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고 기꺼이 영화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 그 이유가 충분히 납득된다. 북클럽 멤버 네 명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Fashion Style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섹스 앤 더 시티의 그녀들(캐리, 사만다, 샬론, 미란다)이 중년을 지나 노년이 된다면 아마도 북클럽의 다이앤, 섀론, 캐롤 그리고 비비안과 같지 않을까. 아무리 나이가 든다 하여도 연애세포는 저 깊은 어딘가에 살아 있으니 죽을 때까지 사랑하기를 멈추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지는데,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이 모든 것이 유쾌하고 미소지을 수 있는 이유는 내 곁에 있는 누군가, 바로 나를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여운이 남는 것은 나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삶은 계속되고 "The Next Chapter is Always the Best!"라고 하니까 언제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