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등 감상평

영화 완벽한 타인(2018, 이재규감독) 후기 감상평

조앤디디온 2019. 3. 31. 01:58



영화의 마지막.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는 밤 하늘 위로 누군가 타자기로 글을 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친구들은 각자의 집으로 헤어진다. 일상은 또 그렇게 이어질 것이다. 비밀을 묻어둔 채로.

영화를 본 이들은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영화의 결말에 안도할지도 모른다.

현대인들은 모바일의 세계에 삶을 저장하면서 살아간다.

이제 핸드폰은 우리 자신보다 우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공적인, 개인적인, 그리고 비밀스러운 모든 것이 혼재되어 핸드폰이라는 물건 안에 저장된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이 부부동반으로 모인 식사자리.

성공한 친구의 근사한 집을 둘러보고 잘 차린 만찬을 즐기면서 모두가 히히덕 거린다.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면서 서로에 대해 스스럼 없이 말을 쏟아낸다.

그런 그들이 서로의 핸드폰을 공유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비밀의 방으로 안내하는 열쇠가 풀리자, 비밀이 공유되면서 좌충우돌 대책없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건과 사고가 이어진다.

그들이 믿고 의지하는 부부 그리고 친구라는 관계가 얼마나 허울 좋은 껍데기였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결국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란 외피에 불과하고 극히 제한적이며 일부분에 그친다는 진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비밀이 드러났을 때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웃고 히히덕 거리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고 한없이 사랑스러운 몸짓으로 사랑하고 신뢰했던 관계는 

만찬의 식탁 위 유리잔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그렇다. 문제는 우리가 상대의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있다.

비밀이란 결국 상대방을 속이는 거짓에 관한 것이고, 그 비밀이 공개된 민낯을 공유할 수 있는가의 질문 앞에 자신이 없다.

감당할 수 없다면 비밀인 상태로 남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어른들의 사랑이나 우정은 일부분 비밀로써 각자의 삶의 일부분을 공유하지 않은 채로 남겨둔 상태에서만 유지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부라도, 친구라도 결국 각자의 본질, 민낯을 알 수 없는 완벽한 타인일 수밖에 없음을 씁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처럼 슬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다소 가혹한 진실을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웃음으로 풍자하는 한 편의 멋진 블랙코미디였다고 결론짓고 싶다.



이들은 진정으로 웃고 있을까.. 웃는 것이 웃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씁쓸하면서 약간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