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등 감상평

jtbc드라마 청춘시대 시즌1 후기 리뷰(스포 있음)

조앤디디온 2019. 4. 19. 01:33





사는 일에 바쁘게 쫓기고 산전수전공중전을 거치면서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고 나이를 먹었다.

청춘. 분명 청춘의 시대가 있었건만 그때의 기억은 선명하지 않다. 단편적으로 추억하거나 감정의 일부로 남아 있을 뿐이다.

오늘날 청년들의 절망과 고통에 관한 소식들을 접할 때 막연한 공감과 약간의 안타까움 외에 진심으로 함께 고민하지 못했다. '그땐 다 그렇게 고생하는거야', '젊다는 게 뭐야, 그 정도 고생도 없이 어떻게 인생을 사나', '나도 그만큼은 고생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용기도 없고 인내심이 부족해', '약해빠졌어'... 솔직히 고백하면 내심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때의 기억을 너무 많이 잊었다. 생의 어느 시점에서 청춘에 대한 기억이 더 이상 쓸모없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드라마 청춘시대1은 그런 점에서 저 멀리 지나온 나의 청춘시대를 돌이켜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때 내가 살았던 모습이, 오늘날 청춘들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재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기도 했다. 물론 드라마는 청춘의 어느 일부를 과장하고 지나치게 극적으로 구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의 에피소드는 청춘의 시기, 그 때의 '나'이거나 나의 친구, 동기, 후배나 선배의 이야기였다. "맞아, 그랬었지!" 그렇다. 그렇게 청춘을 지나왔다. 묻어둔 저편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너무 잊고 살았던 그 시절. 청춘시대.


청춘시대1은 대학가 여성들만의 안식처 벨 에포크(Belle Époque - 프랑스어로 흔히 ‘좋은 시절’ 혹은 ‘아름다운 시절’로 번역되며,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종결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4년까지의 평화롭고 풍요로운 유럽의 한 시대를 일컫는 용어)에 모여사는 다섯 명의 청춘들에 관한 이야기다.





윤진명(한예리)은 주인공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어느덧 28세, 20대 후반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식물인간이 된 남동생이 있다. 진명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병원비를 대느라 사채빚을 지고 감당하지 못한다. 진명은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한다. 공부할 시간이 없다. 일을 해야 학교를 다닐 수 있으니까. 과외는 물론 가사도우미, 레스토랑 서빙,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가리지 않는다.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학부공부를 하다보니 제대로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진명에게 보통의 대학생들의 삶이란 그냥 사치다. 그렇게 돈도, 시간도 한치의 여유가 없건만. 어머니의 채권자들은 진명을 찾아와 대신 빚을 갚으라며 독촉하고 괴롭힌다. 대학생이지 않느냐며.



 


절벽 끝에 서 있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에게 레스토랑 셰프 박재완(윤박)이 다가온다.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그는 끝까지 진명에게 진심을 다한다.). 그런데 진명은 단호하게 그를 밀어낸다. 그녀는 말한다. "누가 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약해져요. 여기서 약해지면 난 진짜 끝장이에요. 그러니까...나 좋아하지 마요."

진명에게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다. 그녀에게 희망은 재앙이었다. 레스토랑 매니저는 자신 역시 고용된 피용자임에도 그의 지위와 권한으로 진명의 절박한 입장을 이용한다. 처음 그는 자신 역시 힘겨운 청춘을 보냈다며 마치 진명을 이해하는 듯 접근하지만 늦은 밤 외진 곳으로 진명을 데려가 노골적으로 본심을 드러내며 추근거린다. 진명이 이를 거절하자 돌변하여 적개심을 드러낸다. 레스토랑 동료들 역시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력하기 보다 헐뜯고 빈정댄다. 차라리 어머니의 채권자로 진명을 괴롭히던 사채업자들이 오히려 인간적이다. 진명에게 감정이입되어 그녀가 공기업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에 합격하여 최종 면접시험을 보러갈 때 얼마나 그녀를 응원했었는지. 절벽에서 날아오를 수 있을까. 간절히 바랬다.

 

진명은 남동생이 죽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지옥같은 인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지막. 모든 것을 털어내고(진명이 아닌 어머니의 선택?으로 남동생은 죽음을 맞는다.) 홀로 여행을 떠나는 그녀를 보면서 '삶' 자체가 '희망'이라고 느끼게 된다. 비록 상공으로 날지 못하고 바닥으로 추락하는 한이 있더라도 삶은 계속된다고. 오히려 그녀가 충고하는 것 같다.




스물두살 정예은(한승연)에게 청춘이란 사랑이다. 대학입학 후 극한의 다이어트를 했다. 예뻐지려고! 나름 외모에 자신감이 있다. 외출할 때면 화장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의상까지 최대한 치장하여 예쁘게 보이고 싶다. 하숙집 벨 에포크의 동거인 중 강이나를 경쟁자로 의식한다.


정예은은 첫사랑으로 만난 고두영(지일주)을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한다. 2년째 연애 중이지만 그녀는 아직도 두영에게 몰입하고 집중한다. 예은은 그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다. 그가 보고 싶어서 약속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항상 일찍 약속장소에 가서 그를 기다린다. 돈을 모아 그를 위해 정성을 다해 선물을 준비하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데 정작 고두영은 그녀의 헌신이 그저 우습다. 예은과 사귀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다른 여친들을 만난다. 길거리 매장에서 나누어준 사은품 향수를 선물이랍시고 예은에게 준다. 마치 준비한 선물인듯이. 그가 예은을 사랑스럽게 대할 때는 섹스할 때 뿐이다. 그에게 예은은 그저 호구다.


문제는 예은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를 사랑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만 가지가 넘지만 헤어지지 못한다. 고두영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기를 바래서다. 어쩌면 예은은 고두영이라는 사람이 아닌 '첫사랑'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고두영은 자신이 그녀보다 평가가 낮은 대학을 다닌다는 자격지심으로 일방적으로 화를 내면서 그녀를 내동댕이 친다. 여행을 가기로 약속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취소해버린다. 예은은 벨 에포크 동거인들에게 두영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고 자랑했다가, 고두영이 취소한 후에도 이를 말하지 못하고 혼자 여행을 떠나 여행지를 배회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예은은 고두영과 헤어지지 못한다. 고두영은 자신이 어떻게 해도 예은이 자신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한 나머지, 강이나에게 몰래 만나자고 하여 추파를 던진다(물론 강이나는 단칼에 거절한다.). 결국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예은은 그와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실행한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 이후 상황은 고두영이 얼마나 찌질한 인간인지를 드러내는 황당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그는 예은에 대한 애틋함이나 미련이 아닌 그저 예은이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예은을 납치, 인질극을 벌인다(다행히 벨 에포크 자매들의 단결된 힘으로 예은을 구출한다.).


청춘의 시기. 잘못된 선택을 하고도 사랑이라 믿고 맹목적인 헌신을 한다. 사랑이라는 것의 실체를 알 수 없기에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여전히 예은은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시행착오. 인생의 처음 사랑에서 그녀는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여전히 사랑스러울 수 있다. 예은에게 있어 첫사랑의 대상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송지원(박은빈)은 정예은과 동갑이다. 우수한 장학생이고 학보사에서 나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한 마디로 엉뚱하다! 가만히 있으면 이성에게 꽤나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면 감당하기가 어렵다. 엉뚱하고 거기에 용감하기까지 해서 평범한 범인들로서는 당황스럽다. 미팅에서 처음에는 모두가 호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녀의 재기발랄함(?)이 드러날수록 남자들은 도망간다. 그런데 그녀 자신은 정말 모르겠다. 왜 자신이 모태솔로여야 하는지. 섹스가 너무 궁금해서,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 벨 에포크로 남성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여는 수컷들의 밤까지 기획해보았지만 허사였다.

같은 학보사 동기 임성민(손승원)에게 장난삼아 지속적으로 추근댄다. 임성민은 송지원은 자신에게 이성이 아니라며 철벽을 치지만, 마냥 장난꾸러기 같았던 지원에 대해 심쿵한 순간이 찾아온다.




드라마에서 가장 오버액션이 강한 그녀지만 알고보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다. 타인에 대하여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어떠한 틀로 재단하지 않는다.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다고 헤아리며 누군가 어려운 입장에 있을 때 외면하지 않는다.

무심코 벨 에포크 동거인들에게 신발장 귀신을 본다고 말을 던지는데, 그것이 정말인지 거짓인지 알쏭달쏭하다. 그녀 자신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위한 거짓말이 전혀 예상 밖의 결말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데(청춘시대1에서는 그 내막이 자세히 밝혀지지 않는다.), 우연히 그녀를 본 예은의 학과친구들이 그녀에 대해 거짓말쟁이라고 지칭하고, 송지원 역시 그녀들을 보고 당황한다.

처음엔 그저 밝기만 한 캐릭터였지만 드라마의 후반부에서 살짝 드러나는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청춘이어서. 그때는 마음껏 용감하고, 또 마음껏 엉뚱할 수 있었다. 송지원은 그런 점에서 청춘의 아이콘이다.







강이나(류화영). 24세의 그녀. 젊음은 건강하고 아름답다. 젊음 그 자체가 주는 싱그러움이 넘친다. 그녀가 지나가면 사람들, 특별히 남성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벨 에포크의 동거인들은 그녀가 당연히 대학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생이 아니다. 강이나는 대학에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현재만이 있을 뿐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 그녀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열심히 무언가를 위해 달려가는 다른 청춘들을 바라본다. 그런 그녀에게 윤진명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삶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진명이 한편으로는 안쓰럽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강이나는 애인 또는 애인의 역할이 필요한 남성들에게 기꺼이 애인이 되어 준다. 서로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관계'의 틀 밖에서 철저히 필요에 의한 거래를 한다. 섹스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신용카드를 마음껏 쓸 수 있으면 충분히 만족한다. 그들의 카드로 명품 옷과 신발, 주얼리를 마음껏 산다. 그녀는 그저 청춘을 있는 그대로 향유할 뿐이다. 상대방이 카드대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냐며 투덜대면, 그녀는 헤어질 때가 되었다며 쿨 하게 거래를 끝낸다.

그녀의 삶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를 남몰래 흠모하면서 스토킹하는 어떤 찌질남은 그녀에게 "창녀"라며 그녀를 구원해주겠다고 매달린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찌질남에게 너나 잘 살라고 단칼에 잘라 버린다. 정예은의 남친 고두영이 남몰래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여 추근댈 때도 단호하다.




서동주(윤종훈)는 강이나와 동종업계에 종사한다. 거래 상대방이 부자집 사모님이라는 점만 다르다. 강이나가 어려움에 처할 때면 진심을 다해 그녀의 곁을 지킨다. 두 사람은 모종의 동료애로 깊은 우정을 나눈다.

처음 벨 엘포크의 동거인들은 강이나가 대학생이 아닌 데다가 남성들의 애인역할을 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충격을 받고 그녀를 배척한다. 윤진명은 쉽고 편한 당장의 찰나적인 선택을 하는 강이나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비난한다. 정예은은 경쟁자로 의식했던 강이나의 실체에 평소 그녀에 대해 느꼈던 열등감을 적개심으로 분출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빈자리가 크다. 다른 동거인들을 구해보지만 강이나만큼 매력적인 동거인을 찾을 수 없다. 결국 그녀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한 마음으로 강이나가 돌아와야할 명분을 찾고, 그렇게 강이나는 다시 벨 에포크로 돌아온다.


그녀가 직업적인 이유로 자주 찾는 바에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 주위를 맴도는 남성-오종규(최덕문)-이 있다. 허름한 행색의 그는 그녀의 거래 상대방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그가 신경쓰인다. 어느 순간 그에게 조금씩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던 그녀만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런데 그를 만난 이후 검은 물 저 밑에서 누군가 그녀를 바라본다. 송지원이 본다는 그 귀신. 어쩌면 강이나 자신과 관계된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충주호유람선 화재사건 당시의 생존자이다. 그때 깨달았다. 삶이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언제든 산산히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미래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 역시 다른 승객들처럼 구조선이 오기 전에 호수로 뛰어내렸다. 구조선이 올 때까지 부유물이라도 붙잡아 물 위에 떠 있어야 했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가 다가온다. 부유물은 하나. 두 사람을 지탱할 수 없다. 살기 위해서 그녀는 깊은 물 속으로 다른 생존자를 밀어버린다. 물 밑으로 가라앉는 얼굴. 어린 소녀의 얼굴. 소녀의 손목에 있던 팔찌가 강이나의 손에 들려 있다.

오종규는 소녀의 아빠였다. 그는 강이나만이 알고 있는 생존의 비밀을 알고 싶다. 그날의 사건에서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 묻는다. 그가 알고 싶은 것은 그뿐이다. 강이나는 도망친다. 그러나 오종규로부터는 벗어날지 몰라도 그 소녀의 눈동자는 강이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오종규는 체념하듯 그녀를 떠나지만 결국 강이나는 빈곤한 그의 거처를 찾아 진실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비로소 소녀로부터 자유를 얻는다.


강이나는 이제 미래를 생각한다. 종전과 같은 삶은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동안 거래의 대가로 축적한 명품들을 일거에 처분하고 의류점 점원으로 취직한다. fashion 관련 학원에 등록하여 공부도 시작한다. 노동으로 하루하루의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지루하고 힘들었으며, 공부를 한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될 지 자신없지만, 시작한 그 걸음을 계속 가보려고 한다.


청춘이라고 해서 인생을 모른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강이나는 청춘의 때에 죽음과 직면했고 또한 죽음을 극복했다. 강이나의 남은 생, 만만하지 않은 인생이겠지만 그녀 역시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청춘시대1은 유은재(박혜수)로 시작해서 유은재로 마친다.

20세. 대학 신입생. 뚱한 표정의 그녀가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벨 에포크를 찾는다.

누가 보아도 새내기 신입생이다. 처음으로 홀로서기의 첫발을 시작한 은재에게 세상은 두렵고 신기하고 그저 조심스럽기만 하다. 겉으로만 보면 은재는 그저 평범한, 다소 소심하고 어리숙한 신입생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까칠하고 낯설기만 했던 벨 에포크의 언니들과 조금씩 거리를 좁히면서 서서히 타인의 존재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배운다. 겁이 많고 소심한 은재의 눈에는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모든 면에서 재기발랄하고 솔직하며 용감무쌍한 송지원이 너무나 멋지다. 

대학생활에도 서서히 적응해간다. 같은 과 선배 윤종열(신현수)이 은재의 소심하고 엉뚱한 면에 이끌려 관심을 보이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순진하다. 윤종열과 의도하지 않은 밀당이 계속되는데, 누구에게나 대학시절 한번쯤은 있었음직한 연애사가 두 사람을 통해 그려진다.


그런데 처음 등장할 때부터 은재는 어떤 비밀을 홀로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송지원이 귀신을 본다고 했을 때 가장 크게 귀신의 존재를 의식한 이는 다름아닌 은재였다. 은재에게 유일한 가족은 엄마 뿐이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었던 오빠가 땅콩이 든 음식을 먹고 죽었다. 아버지 역시 사고사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두번이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끔찍한 경험을 어린 은재는 감당해야 했다. 은재의 엄마는 그런 비극적 사건을 겪고도 해맑다. 지금은 새아빠를 만나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며 살고 있다. 은재에게 엄마는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다.

아빠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고모는 아빠의 사망보험금을 두고 엄마와 갈등하면서, 은재의 오빠와 아빠, 두 사람의 죽음에 은재의 엄마가 모종의 기여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두 사람의 사망 직전 거액의 보험금에 관한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극의 후반부, 보험회사 직원이 아버지의 보험금 지급사안에 대한 재조사를 위해 은재를 찾아오면서 은재의 일상이 흔들린다. 아버지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홀로 간직해온 은재의 비밀이 드러난다. 아버지가 사고사로 숨진 그날. 아버지는 출근하기 전 보온병 두 개 중 하나에 약을 탄다. 이를 지켜보던 은재는 엄마를 위해 아버지의 보온병과 엄마의 보온병을 바꾸어 놓는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아버지는 자신이 약을 탔다고 생각하는 그 보온병을 은재의 엄마에게 가져다 준다. 그날 아버지는 사고사로 숨졌다. 아버지가 보온병에 탄 그 약은 무엇이었을까.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오빠가 땅콩이 든 음식을 먹은 것은 정말 우연이었을까. 자신이 아버지를 죽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은재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버지의 부검결과 약물반응은 나오지 않았고, 이로써 은재는 가족의 죽음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를 얻는다. 어쩌면 오빠는 정말 우연히 땅콩이 든 음식을 먹었고 아버지는 정말 사고를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은재의 기억은 왜곡된 것일 수 있다. 드라마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적어도 은재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가족의 죽음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청춘시대1은 인생의 여정을 지나고 있는 청춘들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청춘들의 소통과 연대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드라마 공식홈에서 밝힌 기획의도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때로 인생이 나에게만 가혹한 것 같다. 때로 하루하루의 일상이 너무 버거워서 문 밖을 나가는 것이 두렵다. 삶이 그냥 부담스럽고 불편해서 도망치고 싶다. 나 외에 모든 타인들이 낯설고 그래서 위축되고 눈치만 보게 된다. 정말 최악은 더 나아질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나 외의 타인 그 또는 그녀들은 모두가 나보다 행복한 것 같다. 잘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 아닌 타인들은 어떨까. 나 아닌 타인들의 삶도, 그들의 일상도 들어가 보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모두가 상처를 안고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 채 삶을 애써 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마다의 사연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삶이, 인생이 쉽기만 한 청춘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 앞에 '인생'이라는 긴 여정이 남아 있다는 것은 공동의 운명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그 선택에 따라 각자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벨 에포크의 그녀들은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결국 연대하게 된다. 어쩌면 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이 나에게만 가혹한 것이 아니라는, 내 옆에 누군가 역시 애써 생의 난제들을 헤쳐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절망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청춘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청춘시대1을 보고 오래 전 그때 청춘의 그 시절을 살아낸 나의 청춘에게,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살아줘서,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