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전통적인 보수 교회로 꼽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11월 4일 "그 어떤 단체나 개인이 정치적 목적으로 교회를 이용하거나 잘못된 주장을 해 교회의 본질적 사명 감당을 혼돈케 하는 일을 하지 않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라고 성명을 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문재인 하야 운동을 위해 50만 서명지를 보내왔다."라는 전광훈 목사 발언을 부인하면서다.
o 개신교인이 더 보수적이라는 생각은 편견일까? 앞선 조사에서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은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응답을 비교했다. 찬반 의견은 대체로 분포가 비슷했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국본)'가 집회에서 '공산화'라고 주장해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 그런데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답이 확연히 갈라지는 지점이 있다. 개신교가 오랫동안 적대시해온 진화론, 공산주의, 동성애, 이슬람에 대해 묻자 차이가 보였다.
o 통계를 분석한 신익상 성공회대 교수는 이렇게 썼다. '교리적 확신이 약화하고 있는 근본주의가 고개를 돌린 것은 외부의 적이다. 이 외부의 적은 다른 종교가 아니다. 다름 아닌 시대적 상황 자체다. 2019년 한국 개신교는 내적 확신이 허물어져 가고 있는 근본주의를 지닌 채 다른 종교들의 존재감을 의식하면서 동시대와 싸우고 있다." 일종의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개신교인들이 외부의 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결속력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다. 주류 교단들이 떠난 한기총이 강경 투쟁에 나설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o 정치종교사회학 연구자인 정태식 교수(경북대)는 전광훈 목사의 행보가 정치적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기독교 정치세력화는 항상 실패했다. 전 목사는 그 방식이 세련되지도 않았다." 다만 그는 두 가지 징후를 가리켰다. 우선 향후 한국에서도 '기독교 국가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기독교 국가주의는 1980년대 미국에서 정치 우익과 종교 우익이 연합하면서 나온 이념이다. '신에게 선택된 강력한 기독교 번영 국가' '새로운 이스라엘'을 내세운다. 기독교보다는 국가주의에 더 가깝다. 전쟁과 정복을 불사하고, 타 종교를 배척하는 정서가 깔려 있다. 정 교수는 "기독교는 온 인류의 구원을 지향하는 보편 종교인데 기독교 국가주의는 '우리 집단'의 특수한 이익을 좇는다."라고 말했다.
- 시사IN VOL.643 ISSUE IN 한 줌의 길 잃은 양 '아스팔트 개신교' 중에서(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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