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PM 9 저녁 어스름 가로등 불빛 비치는 보도블럭 위로 그림자 셋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그림자 셋이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다. 이어폰 너머 혁오밴드의 톰보이가 젊은 우리 나이테는 보이지가 않는다고 하고 모퉁이 까페에는 행복한 얼굴을 한 사람들로 붐비는데 .. amateur literature 2018.11.10
새벽예배와 벌레 한 마리 새벽. 성경책 손에 들고 아파트 빗장을 열어 계단을 내려간다. 벌레 한 마리가 계단 끄트머리에 착 붙어 있다. 다리가 여럿 달린 벌레가 미동도 없다. 고요한 새벽 천상에 마음을 둔 사람들이 교회를 향한다. 찬송과 기도에 하루를 올려놓고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구한다. 교회당 고요함에 .. amateur literature 2018.11.10
아이러니 irony 누군가에게는 허락된 삶 누군가에게는 금지된 삶 누군가 그토록 꿈꾸는 삶이 누군가에게는 감옥이 되고 고통의 끝에 성찰과 참된 만족이 있는가 하면 쾌락의 끝에 허무와 절망이 있고 지구 어느 곳에서나 평범하고도 보편적인 삶이 있는가 하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없는 단 하나의 경험.. amateur literature 2018.11.10
囚人(수인)의 아들 너는 나의 몸에서 난 나의 아들이다. 네가 피투성이가 되어 몸 밖으로 나왔을 때 너에게 ‘살라!’ 피투성이가 되어도 살라! 피투성이가 되어도 살라! 외쳤느니라. 잉태(孕胎)는 죄악이었고 애당초 뜯겨졌어야 하는 운명이었다. 네 아비를 단죄하는 출생 어미의 젖을 물고 두 손을 오므린 .. amateur literature 2018.11.10
시와 노래 時를 쓰지 마세요. 노래를 하세요. 몇 마디 말로 우롱하는 時는 쓰지 마세요. 노래를 하세요. 태초에 노래가 있었으니 아이들이 부르는 유치한 노래가 위대한 진리를 가장하는 외마디 외침보다 더 멀리 저 끝에 닿을 수 있을테니 그냥, 노래를 하세요. 아마도 時는 시작되지도 끝도 없을 .. amateur literature 2018.11.10
중고 addiction 알뜰해서 조타지만 하나 두울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물건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니 한 움큼 움켜쥐어도 마음은 개운치 않고 다른 누군가의 버려진 욕망에 텁텁한 입맛을 다시며 촘촘한 간판 사이로 덧없는 발걸음을 옮긴다. amateur literature 2018.11.10
shopping 중독 숨가쁘게 달린다. 눈도! 손도! 마음을 따라갈 수가 없다. 달음질. 달리고 또 달리건만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얻을 수는 없다. 처음엔 웃었는데 중간에는 울고 궁극에는 표정을 잃고 헛웃음을 치건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영혼이 빠져나간 자리에 두 손 가득한 꾸러미들이 아우성칠 때 .. amateur literature 2018.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