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른들은 사촌 동생과 나를 비교했다. 사촌 동생은 예뻤고 나는 그나마 공부를 잘했다. 나의 어린 시절 어른들은 여성의 운명이 어떤 남성의 선택을 받는가에 좌우된다고 믿었다. 당시 여성은 선택의 주체가 아니었다. 나의 성장기에 내가 속한 시대는 근대화, 산업화를 막 지나서 자본주의 가속 페달(pedal)을 밟고 가차 없이 달리고 있었다. 과학기술과 산업문명이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었지만 아직, 여전히 성리학의 틀이 만든 유교 사상이 역사적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시대에도 그 이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직 소수의 여성만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렸다. 선택의 대상으로서 예쁜 여성은 경쟁 우위에 있었다.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지나 청년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사촌 동생과..